부형권·뉴욕특파원
반 총장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특파원단 송년 모임에 예고 없이 참석해 이른바 ‘물(水)의 정치론’을 펴면서 “내가 (물처럼) 조용한 것 같지만 강할 땐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반기문 화법’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별명이 ‘기름장어’다. 측근들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한다”고 별명을 풀이하지만 기자들 사이엔 “민감한 질문을 해도 핵심을 대답하지 않고 빠져나가기만 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강했다. 시쳇말로 ‘기삿거리가 안 되는 인물’이란 얘기였다. 다른 나라 출신 유엔 출입기자들이 “반 총장 기자회견은 1시간 넘게 들어도 ‘제목’을 뽑을 만한 얘기가 없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반 총장이 해외 언론으로부터 ‘존재감 없는 사람(nowhere man)’이란 비판을 들어온 이유 중 하나도 그의 ‘물 타기 식’ 화법과 무관하지 않다.
반 총장이 정치인 행보를 시작한 이상, 그는 이제 2017년 한국 대선의 변수가 아닐지 모른다. 여야 정치권 모두 그를 중요한 상수(常數)로 보고 대선판을 짜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만찬 자리였다.
부형권·뉴욕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