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지원사업 싸고 학내 갈등
상당수 대학이 산업 수요에 맞춰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 학과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고 싶어도 ‘인문학 홀대’ ‘기초학문 고사’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학교 구성원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한 대학에 연간 최대 300억 원의 재정 지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구조 개혁의 멍석을 깔아준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2014∼2024년 계열별 인력수급 전망’을 통해 공학 계열 인력이 앞으로 10년간 21만5000명 부족하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거액의 지원금도 대학들이 사업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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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억 원의 지원금은 ‘반값 등록금’ 정책 등의 여파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재정적으로만 보면 등록금을 한꺼번에 3∼4% 올린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어 경영이 어려운 대학일수록 프라임 사업 참여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대학특성화사업(CK), 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LINC), BK21 플러스사업 등 모든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통틀어 300억 원 이상 수주한 대학은 서울대(466억 원)와 부산대(301억 원)뿐이다.
내년 2월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전에 구성원도 설득해야 하는 대학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경희대는 입학정원의 15%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원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경희대는 서울캠퍼스에 지리학과 경제학과 국문과 수학과 등이 참여하는 ‘빅데이터 기반 소셜네트워크 학과’, 경영학부 무역학과 물리학과 수학과 등이 참여하는 ‘융합경영금융학과’ 등을 만드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더 많고 복잡해진 학과 체계의 혼란스러운 운영, 강의실과 교육공간 배정 등의 불이익 등 직접적인 학생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학교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인하대도 문과대 9개 학과 중 3개만 남기고 영어영문 철학 등의 학과는 교양학과로 바꾸는 계획을 세웠다가 총학생회가 “문과대를 공중분해하는 독단적인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로 일단 철회했다. 하지만 인하대는 프라임 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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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사업은 당근도 크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구조조정을 위한 학칙 개정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지 못해도 지원하는 대학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각오해야 한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혜택을 받는 대학 수는 적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힘겹게 얻어 지원을 했는데 떨어지기라도 하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