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체포 67일만에 국내 송환 檢, ‘2조원대 사기’ 본격 재수사 정관계 로비-은닉자금 집중 조사… 가족-주변인물 전방위 계좌추적
강태용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8년 중국으로 달아난 지 7년여 만이다. 강태용은 올해 10월 10일 중국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 시 고급 아파트에서 공안에 검거된 뒤 67일 만인 16일 국내로 송환됐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대구지검은 강제 추방 형태로 강태용의 신병을 넘겨받아 중국 난징(南京)공항에서 김해공항을 거쳐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으로 압송했다.
강태용이 송환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과 은닉자금 등 조희팔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태용이 입을 열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는 대구 인천 부산 등지의 불법 유사수신 업체 부사장을 맡는 등 조희팔의 자금과 로비를 담당하고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을 해 핵심 실세로 불렸다.
강태용은 2006년 검경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검찰과 경찰 내 인맥을 동원해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당시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광준 차장검사(54)와 오모 서기관(54)이 18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세 사람은 대구의 한 고교 선후배 사이다. 검경이 그동안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구속한 사람은 모두 15명에 이른다.
검찰 안팎에선 강태용이 뇌물 장부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은 강태용이 입을 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그동안 그의 가족, 주변 인물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계획이다.
은닉 자금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현재 드러난 1200억 원대 자금 외에도 숨겨진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방위로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 2004∼2008년 의료기기 대여업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주겠다는 조희팔 일당에게 속은 피해자는 최소 2만4000여 명, 공식 집계한 피해액만 2조5620여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8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기소는 내년 1월 초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