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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관람객은 ‘왕’이 아닙니다

입력 | 2015-12-07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33>공연 늦으면 불이익은 당연




“괜찮아요. 늦은 사람이 잘못한 건데 공연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가수 윤상 씨의 콘서트가 열린 4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간발의 차로 늦어 공연장에 제때 들어가지 못한 권모 씨(35)의 얘기다. 공연 시작 이후엔 공연에 방해되지 않는 시점에만 중간입장을 허용한다는 원칙이 전혀 불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연장 로비에 마련된 TV로 콘서트를 보던 권 씨는 가수가 노래 두 곡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각 관람객이 입장하면서 공연을 방해하고 먼저 온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면서 최근에는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공연장이 늘고 있다. ‘고객’이라고 해서 최소한의 에티켓도 지키지 않는 관람객을 ‘왕’ 대접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반 연극 ‘시련’을 무대에 올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도 어김없이 지각생이 나왔다. 이곳 역시 공연 시작 이후엔 관람객을 바로 들여보낼 수 없고 지각 관람객은 박스석이나 공연장 뒤편의 남은 좌석으로 안내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 30대 여성 관람객이 불만을 드러냈다. 공연장 사이드 박스석으로 안내하겠다고 하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자리가 어디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공연장 측의 원칙을 내세운 단호한 대응에 더 이상의 항의는 없었다. 이날 9명의 관람객이 공연장 측의 안내를 받으며 두 차례에 걸쳐서 공연장에 들어갔다.

정예지 명동예술극장 하우스매니저는 “늦어서 바로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면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매표를 할 때도 관련 규정을 안내하고 공연 시작 전에도 계속 알린다”고 했다. 공연에 늦는 사람은 늘 있기 때문에 원칙을 잘 알리고 이를 엄격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간 입장이 한두 번밖에 없는 공연의 예매자에게는 이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미리 발송하는 공연장도 있다.

미리 와서 느긋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는 것이 결국 관람객 본인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날 명동예술극장은 가격이 조금 저렴하지만 늦으면 아예 입장이 불가능한 ‘특별관람석’을 운영했다. 이 좌석을 예매해 놓고 1시간 전에 극장 앞에 도착했다는 연극영화학과 지망생 이미영 양(19)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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