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미술사/잔혹미술사/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송태욱 옮김/각 252쪽·각 1만6000원/현암사
“탐나는 책이네요.”
인터넷 없던 10대 학창시절에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처럼 방구석에 숨어 몰래 들춰 보던 ‘서양누드명화집’의 기억이 두근두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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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과 다프네’ ‘제우스의 정부(情婦)들’ 식의 소주제별 그림을 묶어 놓아 눈이 심심하지 않다. 글은 가뿐해도 분류와 선별이 집요하다. 진지한 분석서는 아니지만 유명 미술관 방문기를 구태의연하게 엮어 그럴듯한 테마를 미끼로 내건 속 빈 강정도 아니다. ‘잔혹’편은 벨기에 화가 테오도르 롬바우츠의 ‘프로메테우스’를 표지 이미지로 썼다. ‘신에게 도전한 자들의 최후’ 챕터에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의 그림과 함께, 아폴론에게 도전했다가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을 당한 마르시아스의 그림을 이어냈다. 잔혹한 괴담이나 영화를 즐겨 보는 독자라면 이 역시 심심할 틈 없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