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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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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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좋아하면 어린이, 눈을 싫어하면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시는 예외다. 박용래의 ‘저녁눈’을 읽으면 어른들도 눈이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눈이 오지 않을 때 읽으면 마음에 눈이 오는 듯하고, 눈이 올 때 읽으면 내리는 눈을 음미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하고 밋밋해 보인다. 길이도 참 짧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붐비다’라는 구절이 약간씩 변용되면서 총 네 번 반복된다. 반복되고는 끝이다. 그런데 이 반복과 약간의 변화가 범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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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더할 곳도 없고 뺄 곳도 없는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1969년에 발표되었을 당시에 탁월함을 인정받아 제1회 현대시학상을 받기도 했다. 소설가 이문구가 선배 박용래 시인을 회상하는 글에서 가장 먼저 외웠던 작품도 바로 이 작품이다. 필요 없는 것을 탈탈 털어냈는데 남은 것이 이토록 아름답다. 많은 것, 복잡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민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