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증인 해외도피 시킨 의혹 백복인 사장 “잠깐 바람 쐬고 왔다고 해라” 진술 코치 檢, 민영진 세무조사 무마 청탁관련 서울국세청장 상대 확인작업
“(외국에서) 잠깐 바람 좀 쐬고 왔다고 (경찰에) 해라.”
KT&G 고위 관계자들이 2013년 당시 경찰 수사의 핵심 참고인이던 부동산 업체 N사 대표 강모 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뒤 한 발언으로 검경에 파악된 내용이다. 검찰의 칼날이 KT&G 전·현직 수장을 동시에 겨누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당시 KT&G의 세무조사와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한 ‘물밑 작업’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2013년 4월 말 KT&G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강 씨를 핵심 참고인으로 소환을 통보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강 씨는 KT&G의 서울 남대문로 호텔 신축사업의 용적률 상향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23억 원을 지급받았던 인물이다.
민 전 사장과 거물급 브로커 남모 씨의 유착 관계는 검찰 수사로 새롭게 드러났다. 불교계에 깊은 인맥을 둔 남 씨는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각종 문제를 해결해주고 대가를 받는 이른바 ‘로비스트’로 조사됐다. 강 씨 소개로 남 씨를 만난 민 전 사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청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봐주고 이를 무마해 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이 대가로 민 전 사장이 남 씨의 지인 지모 씨가 운영하는 D건설사에 117억 원대 ‘내장산 연수원 신축공사’ 일감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KT&G가 보유한 기존 연수원은 이용률이 30%를 채우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 씨는 이 대가로 2013년 7월경 서울 종로구 조계사 다실에서 지 씨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김석우)는 남 씨가 민 전 사장 청탁을 받은 뒤 접촉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A 씨를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을 협력업체에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할 예정이며, 백 사장도 범인 도피 의혹 등과 관련해 소환할 계획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