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FBI 여성 요원 케이트(왼쪽)는 마약 조직 소탕 작전에 참여했다 임무 달성과 규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딜라이트 제공
3일 개봉하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바로 후아레스 시를 주요 배경으로 한 영화다. ‘시카리오(sicario)’는 스페인어로 암살자, 혹은 살인 청부업자를 뜻한다.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는 인신매매 조직 소탕 작전 도중 벽 속에 숨겨진 시신 수십 구를 발견한다. 설상가상 현장 수색 도중 창고에서 폭탄이 터지고, 사건에 카르텔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커진다. FBI는 케이트에게 CIA 요원 맷(조시 브롤린)의 팀에 합류해 사건의 범인을 쫓도록 권한다. 합류 첫날, 후아레스에 잡혀 있는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를 미국으로 호송하는 도중 케이트가 맞닥뜨린 도시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다.
‘시카리오’의 세계는 메말라 있다. 겉보기에 능글능글한 맷은 목적을 위해 거짓말도 밥 먹듯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맷과 함께 작전을 이끄는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는 마약 조직을 쫓던 중 가족을 끔찍하게 잃었다. 케이트는 작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규정에서 벗어난 일도 서슴지 않는 두 사람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둘의 행동에 의혹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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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이미 충분히 잔혹하기 때문일까. 시신 수십 구가 등장하는 범죄 현장과 꽉 막힌 국경지대의 도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을 비추면서도 영화는 절제를 잃지 않는다. 많지 않은 대사로도 인물에 풍부한 맥락을 부여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의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미국에서는 10월 개봉해 이미 속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18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