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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中 FTA 비준 위해 1조 걷으면 TPP 때는 몇 조 걷나

입력 | 2015-12-01 00:00:00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럽다. 올해 안에 발효되면 관세 인하로 내년 말까지 수출이 1조5000억 원가량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 추산이다. 그러나 국회 한중 FTA 여야정협의체가 비준동의 조건으로 ‘농어민 지원 상생기금’ 1조 원을 10년에 걸쳐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기금은 당초 야당이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무역이득공유제’를 이름만 바꾼 것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여당이 이를 덥석 받은 것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30일 개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게 돼 있어 그전에 비준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압박에 쫓긴 탓이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7일 여야 협상에서 “대통령이 파리에 가면 시 주석도 만나는데 비준이 안 되면 무슨 말을 하시겠느냐”며 야당에 매달렸다. 여당이 FTA 통과를 대통령 체면치레용으로 여기니 야당이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농어민 지원 기금은 액수나 기금 마련 방법, 용도가 모두 적절치 않다.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금으로 1조 원을 조성한다지만 반(半)강제 할당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한중 FTA에 몰두하느라 미국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가 늦어졌는데, 한중 FTA보다 시장 개방 수준이 훨씬 높은 TPP에 참여할 때는 상생기금을 또 얼마나 걷을 텐가.

더구나 한중 FTA는 서로 덜 열어주고 덜 얻어낸 ‘반쪽 FTA’여서 개방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특히 농업 분야는 쌀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배 등 민감 품목을 대부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해 피해 규모가 작을 수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기업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2006년 한미 FTA 협상을 주도했던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농촌 지원 기금 조성은 퍼주기식 개방”이라며 “이렇게 달래고 퍼주고 하다 보면 종국엔 국민정신도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이래 200조 원에 이르는 농가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3000만 원 수준에서 게걸음이다. 농업이 ‘6차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는 시대에 농업을 과보호하다가 오히려 경쟁력만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20년에 걸쳐 양측이 전체 수출입 품목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게 된다. 기업 농민 등 경제 주체들은 고품질 고생산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식품위생기준 같은 비(非)관세 장벽을 걷어내는 데 주력함으로써 FTA의 경제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국회가 서비스·투자 분야 2단계 협상을 통해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을 확보하라는 ‘한중 FTA 보완 촉구 결의안’을 낸 것은 그만큼 한중 FTA가 미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