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경제부
이 관계자는 “가을비가 강으로 흘러가 버리지 않게 빗물 저류시설을 잘 관리해 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고 했다. 가뭄을 이겨 내려고 생활용수 공급마저 줄이는 마당에 모처럼의 단비를 잘 모아 농업용수로라도 쓰면 좋았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자연이 주는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양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전국 빗물이용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현재 전국 시도별로 평균 60개의 빗물이용시설이 있다. 하지만 가뭄 피해가 컸던 충남에도 빗물이용시설이 24개에 불과했다. 대도시인 부산, 울산에는 빗물이용시설이 각각 6개, 1개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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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새는 상수도관을 찾아내고 교체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토부는 최근 충남지역에서 낡은 상수도를 교체하거나 수리하기만 해도 상당량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빗물이용 시설처럼 이미 있는 시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도수로를 파서 물 공급을 늘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기존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면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빗물이용시설을 제대로 활용하는 공장이나 주택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이 시설을 비상급수시설에 연결해 시설 용수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아이디어 속에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싹 틔울 씨앗이 숨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조은아·경제부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