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의 바다’는 고인의 서른여섯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작의 시인이었다. 시집을 비롯해 에세이와 시론집 등 50여 권의 저서를 냈다. 지난해 5월 나온 시집 ‘영통의 기쁨’ 이후 쓴 시 114편이 묶였다. 노년에 집중해 다뤘던 ‘자연’과 ‘풍류’, ‘은자(隱者)’ 등의 테마가 멋 부리지 않은 일상적인 시어들로 표현됐다. 자연 풍경을 담담하게 조명한 시편들 속에서 본디 인간과 자연은 다르지 않다는 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하늘과 땅 사이 노오란 유채꽃밭/황금물결 이루다. 푸른 하늘 보곤 한껏 환호하고/죽은 듯 엎뎌 있는 청옥(靑玉) 바다 보곤/어서 일어나서 출렁이라 소리친다.’(‘하늘과 땅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