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월호가 만든 두 부처… 인사혁신처-국민안전처 출범 1년

입력 | 2015-11-19 03:00:00

인사 ‘반쪽’ 혁신처
민간에 문호 활짝 열었지만 ‘관피아’ 논란은 여전




《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공직사회도 큰 변화를 맞았다. 해양경찰청이 해체돼 신설된 국민안전처로 흡수됐으며 당시 안전행정부에 있던 인사조직은 독립돼 인사혁신처가 탄생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탄생한 안전처와 인사처가 19일 첫돌을 맞는다 》

‘외부로부터의 공직사회 개혁.’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공직사회 개혁의 방향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당시 안전행정부 내의 인사 조직을 따로 떼어내 인사혁신처를 출범시켰다. 인사 파트에서 30년 넘게 근무했던 이근면 삼성광통신 고문이 인사처 수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민간보다 상대적으로 정체된 공직사회를 외부 인사전문가의 수술로 보다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였다.

인사처는 우선 민간 전문가에게 공직 문호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9월 말 기준 437개 개방형 직위 중 165개(37.8%)가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정해져 있다.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해놓고 전현직 퇴직 공무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행태를 없애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 없이 우수한 민간 전문가를 ‘모셔오는’ 민간전문가 스카우트 제도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연구부장 등이 민간 전문가로 채워졌다. 이근면 인사처장은 18일 “공직 국·과장 직위 4000여 개 중 10%인 400개는 최소한 민간에 개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처는 내부 역량 강화에도 집중했다. 핵심은 전문성 강화다. 이에 따라 인사 홍보 등에도 전문직위 지정을 확대해 지난해 2147개였던 전문직위는 올해 9월 2851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인사처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진이 잘되는 보직만 찾아다니는 현상을 완화하고 반대로 기피 부서 근무자에게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다. 일부 전문가는 관리직 공무원에게는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게 해 고위공무원까지 승진을 보장하는 한편으로 전문직 공무원은 전문성에 집중하되 승진 대신 월급을 후하게 주는 인사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휴직 공무원에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취업을 허용한 데 대해 ‘관피아’ 논란이 이는 것도 인사처가 넘어서야 할 숙제다.

한국방송통신대 이선우 교수(행정학과)는 “민간과의 교류가 공직사회에 새 바람으로 이어지도록 민간 기술 및 지식을 공직사회에 공유, 전파하는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민 ‘옥상옥’ 안전처 ▼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되겠다더니… 지자체만 타깃

“재난 관리도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된 거죠.”

국민안전처를 바라보는 방재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친 반면 재난안전관리 일선에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엄한 시어머니’만 늘었다는 의미다. 소방 해경 행정 등 여러 조직의 인적 물적 자원이 결합돼 덩치는 커졌지만 재난관리 리더십은 아직 ‘반쪽’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안전처는 출범 직후부터 ‘재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 지자체의 재난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전국 지자체에 555명의 재난관리 전담 인력을 새로 배치했다. 화재 교통사고 등 7개 지역안전지수 개발로 지역 안전도를 상대평가해 안전의식을 높였다.

방향은 옳지만 구체적인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도 개선을 위해선 관련 부처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안전처의 역할은 찾기 힘들었다.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도로 구조를 개선하려 했지만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경찰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다른 재난관리 담당자는 “자살자 수를 줄이라고 하는데 보건당국의 협조가 없어 자살위험군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경찰이나 보건복지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안전처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중앙정부에서 안전처의 존재감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안전처는 지난달 각 부처에 안전수칙 위반자 처벌 규정 정비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규정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응답하지 않고 있다. 안전처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전처는 재난안전관리 리더십 강화를 위해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박인용 장관은 18일 출범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안전관리가 부실한 중앙 행정기관에 기관경고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 지자체에 한정됐던 감찰 기능을 중앙부처까지 확대해 ‘재난 컨트롤타워’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안전처의 위상을 강화하려면 각 부처가 제 역할을 하는지 보다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박성민 min@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