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중인 슈틸리케 감독은 성적에 비해 흥행 기록이 신통치 않다는 점에 또 놀란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당일 경기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오늘은 팬들이 얼마나 왔나”라고 묻는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6차례 치른 대표팀의 안방경기 평균 관중 수는 3만2478명이다. 단 한 번도 4만 명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부진으로 돌아선 팬심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월드컵 전인 지난해 5월 튀니지와의 친선경기에는 5만711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팬들에게 대표팀 훈련을 공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 미팅’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10월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엔 올해 최저인 2만810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더 많은 관중이 올 자격이 있는 팀이다. 11월 미얀마와의 경기에 관중이 많이 오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강팀과의 경기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경기력 상승과 함께 볼거리 많은 축구를 원하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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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슈틸리케호’의 마수걸이 골은 ‘황태자’ 이정협(부산)이 1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2-0 승)와의 친선경기에서 터뜨렸다. 미얀마전에 이정협은 나서지 못하지만 그의 빈자리를 노리는 석현준(비토리아) 황의조(성남)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경쟁은 계속된다. 세 선수의 발탁 배경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이 녹아 있다. 과거의 ‘이름값’보다 현재의 ‘실력’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포르투갈 리그에서 조용히 맹활약을 펼치던 석현준을 5년 만에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황의조는 ‘발로 뛰는 감독’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 경기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가능성을 확인한 케이스다. 유럽 진출 후 부진을 거듭했던 지동원은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골 맛을 보며 부활을 알린 뒤 소속 팀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 팀에서 출전 기회가 없는 선수도 대표팀에서 경기력을 회복하길 바란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 빛난 경우다.
슈틸리케호가 미얀마전과 라오스전(17일·방문경기)을 모두 이기면 올 한 해 승률은 80%가 된다. 또 2차 예선 G조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일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대한축구협회에 “미얀마전에 관중이 많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4만4031석)이 모처럼 팬들로 가득 차길 기대해 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