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물갈이론’ 술렁이는 與] 유승민, 조문 온 친박에 뼈있는 농담… 김무성 대표와는 10여분간 대화 金 “유의원은 당의 아주 중요한 자산”, 원유철과는 냉랭… 접객실 안찾아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빈소를 찾아온 손님을 직접 접객실까지 나와 맞이한 건 딱 5번뿐이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였다. 그만큼 유 전 원내대표가 신경을 많이 쓴 조문객이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유 전 원내대표와 마주 앉아 10분 정도 대화했다. 김 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에게 “우리 모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던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웠던 이종훈 의원 등이 내년 공천 경쟁에서 힘들지 않겠느냐는 여론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 의원에게 “겁먹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시간 40분 동안 빈소에 머물다 서울로 나서는 길에 “유 의원은 새누리당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공천 탈락 가능성에 대해선 “지역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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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유철 원내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기류는 조금 냉랭해 보였다. 원 원내대표가 접객실에 머무는 50분 동안 유 전 원내대표는 접객실로 나오지 않았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빈소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최고위원은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해 충돌을 빚었다. 원 원내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의 후임을 맡았지만 최근 ‘신박(新朴)’으로 불리며 김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빈소 풍경은 현재 여권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빈소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의 중도 사퇴를 촉발한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과 ‘대구경북(TK) 물갈이’설이 화제가 됐다. 곳곳에서 청와대 인사들의 대구 출마설을 거론하며 공천 문제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유 전 원내대표는 빈소에서 ‘뼈 있는 농담’도 했다. 대구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에게 “‘유승민 키즈(kids·가까운 사람들이라는 뜻)’는 다 죽는다고 말하고 다니느냐”며 “그런 얘기하고 다니면 다리몽둥이를 뿌라뿐다(‘부러뜨린다’의 대구 방언)”고 말했다. 농담처럼 한 이야기지만 물갈이 전략공천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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