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LG세탁기 ‘트윈워시’ 성공요인
LG전자의 ‘트롬 트윈워시’는 이런 니즈에 주목했다. 통상 선행 연구와 개발까지 2, 3년이면 완성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무려 9년 동안이나 제품을 개발했다. 연구 개발부터 출시까지 투입된 인원은 150명, 개발 비용은 일반 제품의 5배 이상인 200억 원에 달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88호(11월 1호)는 국내 제조업의 ‘쾌거’로까지 불리는 트롬 트윈워시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 “세상에 없던 제품을 창조하라”
개발팀은 먼저 어떤 방식으로 두 개의 세탁조를 결합할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랜 논의와 시행착오 끝에 개발팀은 서랍형 미니 통돌이 위에 드럼형 세탁기를 얹고 두 세탁조가 따로 가동될 수 있게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두 세탁기의 배열, 진동 문제 등 굵직한 이슈를 어렵게 해결하고 나서도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난관이 따랐다.
먼저 서랍형 세탁기의 안전성 이슈가 불거졌다. 미니워시와 드럼세탁기를 따로 구매할 수 있게 하다 보니 미니워시만 별도로 사서 세탁기나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쓰려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단순히 올려놓고 사용하다가 세탁기 서랍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제품이 앞으로 넘어져 고객이 다칠 위험이 있었다. 고심 끝에 미니워시 위에 무거운 물체가 올려져 있을 때에만 세탁기가 작동되도록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14년 말 금형 개발이 완료됐다. 2015년 초 출시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 정도 완성도라면 무난하게 출시 일정을 맞출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테스트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미니워시의 서랍을 열고 닫는 부위가 완벽하게 밀폐되지 않아 가끔씩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물이 새는 원인을 찾아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 또 4개월이 소요됐다.
다행히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이자 선배 연구원인 조성진 LG전자 사장(H&A 사업본부장)이 나서서 ‘조바심 내지 말고 완성도 있는 명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라’고 다독였다. 이에 따라 원래 올 3월 출시 예정이었던 ‘트롬 트윈워시’의 생일은 여름인 7월로 미뤄졌다. 사실 누수 관련 불량 제품이 나올 확률은 10만 대에 1대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보완 후 출시’를 지시했다.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LG전자 세탁기사업부는 세계 세탁기 시장에서 8년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장을 선도해 1등을 지키려는 ‘1등 강박증’이다. LG전자는 1등을 한 뒤에도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줄곧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선도했다. 또 1등 위상에 걸맞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자존심에 제품을 허투루 만들지 않게 됐다. 미미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출시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완벽을 기했다. LG전자 세탁기사업부가 지속적으로 성공한 것도 이런 1등 강박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심 인재의 육성과 유지다. 1등 강박증을 생각을 넘어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걸 실행하는 핵심 인재가 필요하다. LG 세탁기 조직은 경영진부터 선배 사원, 중간 리더, 후배 사원 등으로 이어지는 인재의 축이 매우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연구 조직은 특히 이직률이 다른 곳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탁기처럼 현장의 암묵적인 지식과 아날로그적 경험이 필요한 곳에서는 뛰어난 엔지니어를 키우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런 점에서 평균 근무 연한이 길다는 것은 강한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셋째, 작은 것이라도 고객의 불편함에 천착했다는 점이다. 흔히 오랜 기간 1등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은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다. 시장을 선도한다는 명분 아래 기술 중심적인 사고에 빠질 수도 있다. 엔지니어가 세탁기를 사용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관행을 이어온 LG전자 세탁기사업부는 기술 중심주의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