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범죄사/콜린 윌슨 지음·전소영 옮김/1000쪽·4만2000원·알마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서 올까’… 본능적 욕구와 사회적 환경이 원인
영화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 저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좌절될 경우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윌슨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인간은 본래적으로 범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한다. 이를 위해 범죄의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범죄 자체도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뇌 과학에도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다. 좌뇌가 목적 달성 이외에는 어떠한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범죄를 단선적이고 쉽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좌뇌의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책은 물리적 욕망 성취에 탐닉하는 좌뇌형의 한계를 떨쳐내고 내면의 평화에 이른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이스라엘의 예레미야, 중국의 공자 노자 묵자, 인도의 붓다 등 현자들은 전혀 다른 독립된 세상공간에서 살았음에도 비슷한 시대인 기원전 5세기에 인류문화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책은 1부 인간폭력의 심리학, 2부 범죄사 개관, 3부 대량살인의 시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심리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매듭을 풀기 어려울 때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칼로 매듭을 끊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종국적으로 올바른 목적에 다다를 수 없다. 범죄도 충동적인 욕망을 달성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는 점을 논증하고 있다.
2부에서는 인간의 지식, 영원, 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인간 내면의 욕망,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통해 범죄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3부에서는 성범죄가 어떠한 방향에서 대중화되는지 보여주면서 마피아 혹은 정치적 조직범죄에 의해 현대사회의 범죄가 대량화되는 것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