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수석 포토그래퍼 윤동길 촬영 협조 금성부동산 (02-782-1100)
국내 주요 업무지구 중 유일하게 한강변에 위치해있고 상징적인 초고층 빌딩이 자리 잡은 곳.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구한말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쓸모없는 모래섬으로 여겨져 ‘너나 가져라’라는 어원이 이곳의 이름이 되었다. 바로 서울 여의도(너의 섬)를 일컫는 말이다.
이 여의도에는 63빌딩, 쌍둥이 타워, 한강, 여의도공원,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랜드마크가 자리 잡고 있지만, 서울시는 미래 세대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금성부동산을 포함시켰다. 아파트 상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공인 중개사무소처럼 보이지만 그 역사는 여의도 개발 이전부터 시작한다.
여의도 개발의 역사를 함께하다
‘금성(金成)’이라는 가게의 이름 역시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금성은 김해 김(金)에 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의 71대손 돌림자인 이룰 성(成) 자를 합친 것입니다. 개업 이후 신용 있고 성실하게 잘 하다 보니까 금성부동산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 상표등록을 진해보았지만, 당시 LG 의 전 상호와 음이 같다는 이유로 거절되었습니다. 그 이후 ‘금성’이라는 이름을 다른 부동산들이 많이 차용해 썼지요. 그 결과 지금은 흔한 부동산 이름이 되었어요.”
그리고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실추된 서울시 건축 수준의 이미지를 높이고 주민을 정착시켜 여의도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시범아파트’를 준공했다. 국내 최초의 중앙공급식 난방과 최초의 공동구, 엘리베이터가 달린 최초의 고층 아파트는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를 반겼던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어요. 신혼부부의 집에 방문한 시아버지가 안방에 딸린 화장실을 보고 기겁해 계약을 취소시킨 일도 있었어요. 시아버지의 말씀인즉슨 뒷간과 사돈집은 멀어야 좋은 것이라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국내 최초의 대단지였던 만큼 익명성을 가지고 은폐나 은둔의 목적으로 집을 구하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입주자가 간첩으로 지목되어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나오는 일도 있었지요.”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공포심을 가진 국민이 쓸모없던 땅에 지어진 아파트를 쉽게 반겼을 리는 없지만, 금성부동산과 같은 열정적인 중개업체에 의해 여의도 개발은 꽃피우기 시작했고 소득 높은 고학력층과 중산층들의 입주가 발을 이었다.
"제가 계약을 도와드린 신혼부부가 노부부가 되어서 결혼하는 자식들의 집을 알아보러 다시 방문하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지요."
여의도의 분양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내 전국 최고치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이후 빈사 상태인 서울시 예산도 숨통이 트여 당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구간으로 쓰인 10억 원도 본 사업에서 비롯됐다.
“33살에 부동산업에 뛰어들었어요. 당시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급여가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안정된 봉급을 뿌리치고 험난한 자영업의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요. 당시만 하더라도 부동산 중개업은 복덕방이라고 해서 동네 노인들이 하는 소일거리라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젊은 사람들이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하는 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매물을 찾기 전에 필요성을 먼저 찾아라
이후 금성부동산은 아파트값이 급등해 투자 열풍이 불고 전세난에 허덕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헛된 이윤을 좇기보다 성실과 믿음으로 고객들에게 최신 정보를 전하고 신뢰의 가치를 지켜왔다. 그렇게 ‘금성’은 흔한 부동산의 이름이 되었지만, 바꿔 말하면 부동산의 대명사이자 공인 중개업의 역사가 되었다.
“한 번 집을 소개해드리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가지고 지내요. 제가 계약을 도와드린 신혼부부가 노부부가 되어서 결혼하는 자식들의 집을 알아보러 다시 방문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지요. 요즘 아파트에서는 옆집 사람도 잘 모른다고 하지만 우리 부동산은 지역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해요. 편하게들 들리셔서 투자 상담, 정치, 사회, 교육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가세요.”
“복덕방, 부동산, 공인중개소 등 명칭이 변해오기는 했지만, 사람과 집을 연결해준다는 본연의 목적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래서 이 일을 하려면 사람이 항상 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이 일을 40여 년이 넘게 지속해오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에요. 주변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김 대표는 복덕방은 집을 팔기 전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환경이 좋고 시설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상황과 맞지 않으면 좋은 집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언제나 사람을 가장 중심에 두고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기 위해 노력한다.
신뢰의 가치를 전승하다
금성부동산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종합 매물 사이트(www.02-782-1100.com)를 만들어 여의도에 있는 매물을 망라해서 올려놓고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김 대표의 아들인 김범기 부장이 만들어가고 있는 금성의 새로운 미래다. 김 대표는 공인 중개업을 이어가는 새로운 세대에게 큰 희망을 보고 있다.
인심은 옛날 복덕방 할아버지의 푸근함을 닮았고 일의 처리 방식은 디지털 문화를 앞서가는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지닌 곳이 금성 부동산이다. 역사의 전통성과 자부심을 가지되 고루한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를 해오고 있다.
끝으로 김 대표는 그를 믿고 열쇠를 맡길 수 있는 단골과의 교류 속에서 보낸 여의도에서의 45년여의 삶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김 대표는 그가 지켜온 신뢰의 가치를 이제 아들에게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들이 금성(金成)이라는 이름의 자부심과 잘 닦아진 터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가주었으면 하는 게 소망이에요. 제가 부동산을 해오며 신념으로 삼아왔던 것이 있는 8가지가 있는데, 그 부분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45년간 누군가에게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제 마음에 행복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어요. 저를 믿고 거래를 해주신 고객분들, 그리고 거래는 못 했지만 저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1. 점포문은 언제나 남보다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 (자세)
2. 항시 손님맞이할 준비를 다하며,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정장을 입어야 한다. (예의)
3. 사무실에 들어오는 손님은 나를 도와주려고 오는 손님이니 항시 감사하게 여기며 영업한다. (배려)
4. 우리 사무실에 들렀던 손님이 우리 사무실에서 구매를 못하고 다른 부동산에서 구매했더라도 잘하셨다고 축하한다. (반성)
5. 큰돈으로 구입하는 구매니 꼼꼼하게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의무완수)
6. 적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을 다하면 큰일도 할 수 있다. (정성)
7. 손님이 부탁하는 일은 지상명령으로 여겨야 한다. (겸손)
8. 손님하고 다투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인내)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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