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진흥재단 무주 이전후 직원 48명중 30명 퇴사 충격 전북혁신도시 퇴직자 행렬 비상
“지방 가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
태권도진흥재단이 2년 전 서울에서 전북 무주군 국립태권도원으로 이전한 뒤 그만둔 재단 직원이 전체 48명 중 30명(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권도를 보급하고 진흥하기 위해 설립된 태권도진흥재단은 구직자들에게는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재단 측은 정원을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현재 재단 직원(정규직 기준)은 정원보다 8명 부족한 48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6명(54%)은 재직 기간이 2년도 안 된 ‘새내기’다.
퇴사 행렬은 무주로 이전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이전하기 전 직원 37명 가운데 10명이 퇴사하는 바람에 27명만 무주로 내려와 근무를 시작했다. 이전한 2013년에 5명이 사직한 데 이어 지난해 13명이 추가로 퇴직했고 올 상반기에도 이미 12명이 떠났다. 가장 큰 이유는 주거와 문화생활 등 정주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원들이 거주할 만한 사택이 없다 보니 주거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데다 학교와 의료시설 등 생활 여건도 부족하다. 서울에서 꼬박 3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인 데다 주변에 생활 시설도 없어 퇴근 후에는 할 일이 없다. 깊은 산골이지만 월세가 30만 원 선으로 저렴한 것도 아니다. 한 미혼 직원은 “아직은 혼자라서 산골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지만 결혼 후에도 이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북도가 5월 유치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2017년 5∼6월 중 9일간 태권도원에서 열린다. 160개국 2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세계 대회다.
전북혁신도시 이전 기관도 퇴직자가 줄을 잇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노근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지방 이전 공공기관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1곳의 임직원 2709명 중 66명(2.4%)이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은 514명 중 16명(3.1%)이 퇴직했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체 82명 중 4명(4.9%)이 그만뒀다. 국립축산과학원도 전북 이전 6개월 만에 전체 136명 중 6명(4.4%)이 사직했고, 한국전기안전공사도 355명 중 15명(4.2%)이 퇴사했다. 정년퇴직과 계약 만료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퇴사자는 총 116명, 퇴사율은 4.3%로 올라간다.
이 의원은 “지방 이전에 따른 거주 여건이나 문화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해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와 지자체들은 혁신도시의 편의시설과 교통 인프라를 늘려 계속되는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