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먼 지니어스/피터 왓슨 지음·박병화 옮김/1416쪽·5만4000원·글항아리
저먼 지니어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독일인’이다. 이 책은 근대 독일에서 배출한 천재들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개개인의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은 아니다. 저자는 14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독일 문화사의 재조명’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어떻게 한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천재가 나올 수 있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근대 독일인들은 ‘문화(Kultur)’를 중시했다. 여기서 문화는 한 사회의 정치, 사회, 윤리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 아니다. 철학, 미술, 문학, 음악 등 통칭 ‘고급문화’라고 일컫는 것들을 뜻한다.
광고 로드중
1933년부터 1941년까지 해외로 망명한 독일인이 10만 명이 넘으면서 사회 패러다임이 달라진 것. “독일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나치, 세계대전 등의 단어만 튀어나옵니다. 히틀러를 빼고 근대 독일의 찬란함을 한번쯤 탐구해야 해요.” 저자의 주장이다.
독일 천재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바그너와 니체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원수가 된다. 실명 위기의 니체를 치료한 의사가 그의 상황을 편지에 담아 바그너에게 보냈고, 바그너는 답장을 통해 “실명이 자위행위에서 비롯됐다”고 평했다. 이후 니체가 자위행위 습관을 고치려 사창가에 간다는 소문이 돌았고 니체는 “바그너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