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총장 “공간 효율화-예산절감” 강행 직원들 “우리가 영업사원이냐” 반발… 핵심 국장들도 “보안 필요” 반대 서한
27일 본보가 입수한 A4용지 3장 분량의 서한에 따르면 정무국(DPA) 평화활동유지국(DPKO) 현장지원국(DFS)의 국장(사무차장급) 3명은 “DPA DPKO DFS는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곳이기 때문에 개방형 유연좌석제는 근무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핫데스킹이 실시되면 중간 간부(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지정석 없이 공용 책상에 앉아서 일해야 한다.
서한은 또 “매우 민감한 정치 및 안보 현안을 다루는 3대 부서에선 간부뿐만 아니라 과장급 이하 직원들도 개별 보안이 철저히 보장되는 근무환경이 제공돼야 한다”며 “이런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는데도 마치 ‘이미 확정된 사항’처럼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리국에 정식 접수된 이 항의 서한은 3대 부서 직원들도 모두 회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에 30년 근무한 한 직원은 유엔 내부통신망에 “핫데스킹을 실시하면 부서 회의 한 번 하려 해도 흩어져 앉아 있는 직원들을 하나하나 찾아야 한다. 이런 방식은 유엔 조직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란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직원들은 “유엔 내부에서 유엔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 “단기적 재정이익을 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업무 효율과 능력을 떨어뜨린다” 등의 댓글로 우려를 표출했다.
이에 반 총장 측은 “그동안 제한된 부서에서 시험 운영돼온 이 프로그램(핫데스킹)에 참가했던 직원 대부분은 상하좌우의 열린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이유 등으로 만족감과 지지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엔의 한 한국인 직원은 “반 총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기 막판 개혁 속도내기를 ‘한국 대선 출마를 위한 업적 쌓기’와 연관짓는 시선이 유엔 안에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