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건국사 다룬 팩션 사극
SBS ‘육룡이 나르샤’의 주인공인 이방원(유아인)은 기존 사극 속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아닌 낭만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열혈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TV 화면 캡처
혼돈의 고려 말, 빼앗긴 곡식이 쌓인 관아에 불을 지른 분이(신세경)를 보고 이방원(유아인)이 한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청년 이방원은 기존 사극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고(‘용의 눈물’) 냉혹하거나(‘대왕세종’) 광기 있는(‘정도전’) 이방원이 아닌 젊고 순수하며 낭만적인 캐릭터로 차별화했다.
○ 무협극이야 사극이야 코미디야
팩션인 이 드라마는 주인공 육룡(六龍) 가운데 이성계(천호진), 정도전, 이방원만 실존 인물이다. 무사인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과 이방원의 연인이 되는 분이는 작가가 허구로 만든 캐릭터다.
위 왼쪽부터 정도전(김명민) 이방지(변요한) 분이(신세경) 무휼(윤균상) 길태미(박혁권). TV 화면 캡처
정통 사극과 판타지 사극의 경계에서 무협 코믹 로맨스 등 여러 장르를 섞은 것도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가상 인물인 정도전의 호위무사 이방지가 액션을 선보일 때는 무협영화를 보는 듯하다가도 이방원과 분이가 자꾸 얽히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사극이 아닌 청춘물에 가깝다. 조선제일검인 무휼은 허당기 가득한 어리바리한 무사로 그려지며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젊은층을 사극에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사극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효과음이나 말투, 장르 혼합 등이 시도되고 있다”며 “그런 시도들이 극 속에서 튀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 돼지유모-겁탈신 과연 필요했나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