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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첫사랑을 담은 쇼팽의 협주곡

입력 | 2015-10-27 03:00:00


쇼팽

한국인들이 유튜브에서 고전음악 동영상을 이렇게 많이 찾아본 일은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의 영광을 안은 올해 쇼팽 국제콩쿠르 결선 연주입니다.

올해 21세. 젊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로맨틱한 선율은 귓전을 감미롭게 울렸습니다. 쇼팽이 이 곡을 작곡할 때 나이가 바로 만 스무 살이었습니다. 당시 쇼팽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는 음악원 동급생으로 소프라노인 콘스탄차였습니다.

내성적인 쇼팽은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이 협주곡의 느린 2악장에 자신의 애틋한 감정을 담았습니다. 사실은 그 1년 전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2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출판 순서가 뒤집혀 협주곡 1번이 나중에 작곡되었습니다)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쇼팽은 곧 고국을 떠나 서유럽에서 실력을 펼칠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1830년 10월 그는 고별 연주회에서 협주곡 1번을 연주했습니다. 연주회에는 콘스탄차도 참석해 노래를 불렀지만 쇼팽의 타는 마음은 알지 못했죠. 이듬해 폴란드에는 혁명이 일어났고, 러시아군은 이를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이후 쇼팽은 살아서 조국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작곡가의 사랑에서 탄생한 이 곡의 감미로운 느린 2악장 로망스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 트루먼과 로렌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국 영화 ‘암살’의 미라보 다방 장면에도 이 곡이 흐르죠.

마침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우승자 조성진은 아닙니다. 2000년 우승자이자 올해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중국의 리윈디가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협연합니다. 11월 8일 같은 장소에서는 2010년 이 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아의 율리아나 아브데예바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갖습니다. 협주곡을 연주하지는 않지만 전반부는 녹턴(야상곡) 21번으로 시작해 쇼팽의 독주곡만으로 무대를 채웁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