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올해 21세. 젊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로맨틱한 선율은 귓전을 감미롭게 울렸습니다. 쇼팽이 이 곡을 작곡할 때 나이가 바로 만 스무 살이었습니다. 당시 쇼팽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는 음악원 동급생으로 소프라노인 콘스탄차였습니다.
내성적인 쇼팽은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이 협주곡의 느린 2악장에 자신의 애틋한 감정을 담았습니다. 사실은 그 1년 전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2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출판 순서가 뒤집혀 협주곡 1번이 나중에 작곡되었습니다)
작곡가의 사랑에서 탄생한 이 곡의 감미로운 느린 2악장 로망스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 트루먼과 로렌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국 영화 ‘암살’의 미라보 다방 장면에도 이 곡이 흐르죠.
마침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우승자 조성진은 아닙니다. 2000년 우승자이자 올해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중국의 리윈디가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협연합니다. 11월 8일 같은 장소에서는 2010년 이 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아의 율리아나 아브데예바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갖습니다. 협주곡을 연주하지는 않지만 전반부는 녹턴(야상곡) 21번으로 시작해 쇼팽의 독주곡만으로 무대를 채웁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