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 한국경제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하며 6개 분기 만에 0%대 성장에서 벗어났다. 수출부진이 이어졌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타격을 입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며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2010년 2분기(4~6월·1.7%)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자 6개 분기만의 1%대 성장률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떨어진 이후 5개 분기 연속 0%대에 그쳤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수출 부진에 가뭄과 메르스 여파가 겹쳐 성장률이 0.3%로까지 내려앉았다.
3분기 성장률이 1.2%로 반등한데는 무엇보다 2분기에 마이너스(-0.2%)를 보였던 민간 소비가 상승세(1.1%)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8월 임시공휴일 지정,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정책을 실시한 것도 일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들어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이 축소됐다”며 “정부의 다양한 소비 진작 정책도 민간소비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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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0.4%, 올 1분기(1~3월) 0.1%, 2분기 0.3%로 간신히 증가세를 유지하던 수출은 3분기에 -0.2% 감소로 돌아섰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0.7%로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 반등이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호조’일 뿐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분석실장은 “2분기 소비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었고 추경의 영향도 컸다”면서 “추경효과는 4분기(10~12월)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수출이 불안한 상황이고 대외 리스크도 변수”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둔화나 신흥국 경제 불안이 이어질 경우 수출이 더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전 국장은 “수출여건이 좋지 않다”면서도 “4분기에 성장률이 0.9% 정도 나오면 올해 한은이 전망했던 연간 성장률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1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기존 2.8%에서 2.7%로 낮춘 바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