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등 진출 잇따라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혁신기술의 허브인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핀테크를 비롯해 모바일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에 직접 뛰어들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실리콘밸리 러시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의 현지 진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신금융 거점, 미 서부 실리콘밸리로”
현대카드는 지난달 21일 R&D센터 역할을 하는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열었다. 1987년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LA법인을 만든 지 28년 만에 실리콘밸리를 미국의 두 번째 진출지로 정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핀테크가 가장 활성화된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사업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행·음악·디자인 도서관을 세우며 차별화된 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쳤던 현대카드는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인 한국투자파트너스도 내년 상반기에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연다. 사무소 설립 이후엔 매년 300억 원 이상을 미국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현지 벤처기업을 발굴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진출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 부가가치 높은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닷컴 버블 이후 최대 투자
실리콘밸리에는 바이오, 핀테크, 모바일IT 등 각종 첨단산업에서 급성장 중인 벤처기업이 포진해 전 세계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규모는 152억 달러(약 17조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이 추세라면 ‘닷컴 버블’ 때인 2000년(334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32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올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투자자금은 약 20억 달러로 유럽 전체 핀테크 투자 규모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벤처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선 촘촘한 규제 때문에 핀테크와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다”며 “선진 현장에서 시장이 원하는 새로운 금융거래 메커니즘을 보고 배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