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꼴찌 팀 마무리 맡아 고군분투… 51경기 중 22번은 9회 되기 전 등판 구단 30S 투수는 1998년 이후 처음
KIA 제공
방망이가 약한 KIA는 빠른 발과 작전으로 한 점 한 점을 쥐어짰다. 어렵게 앞서 가면 김기태 감독은 어김없이 윤석민에게 뒷문을 맡겼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는 더욱 그랬다. 1점 차로 앞선 8회 노아웃 1, 3루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윤석민은 군말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렇게 그는 터프세이브(동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올린 세이브) 5개를 포함해 30개의 세이브를 거둬들였다. ‘타이거즈’ 투수로는 옛 해태 시절이던 1998년 임창용(34세이브) 이후 17년 만이다.
사실 ‘마무리’ 윤석민은 좌절에서 탄생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은 그는 1년여 만인 올 3월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당초 선발이었지만 팀에 마무리가 없어 보직을 바꾼 그는 3일 광주구장에서 희망을 얘기했다. “재작년, 작년에 구위가 많이 안 좋았다. 미국 가기 전에는 몸이 많이 아팠고 가서는 미국 스타일에 적응을 못 해 힘들었다. 올 시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하게나마 던지고 있다. 그래서 희망이 생겼다.”
1승이 간절한 상황에서 무사 주자 1, 3루에 마운드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윤석민은 담담하게 얘기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다 막고 싶지만 그 상황에서 점수를 주지 말라고 나를 올리는 건 아니다. 1루 주자 막는 데에만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3일 경기에서도 윤석민은 7회 1아웃 2, 3루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2이닝을 던졌지만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KIA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주자를 막지 못했다. 누군가는 또 그가 동점을 허용했다며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윤석민은 올 시즌 분명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광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