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화제
팀을 이뤄 진행하는 협업식 수업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자랑 중 하나다. 이 학교는 학생들끼리 서로 공부를 가르쳐주는 ‘또래 멘토링’, 친구들과 공부할 내용을 정한 뒤 학교의 지원을 신청하는 ‘원페이퍼’ 등 다양한 공동학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제공
대전 유성구 장동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1학년 박정환 정원태 군은 지난달 2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대회에서 ‘플랙스 스크립트’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등부 대상을 차지했다.
○ 명함엔 “구글 프로그래머가 꿈”
고교 1학년생이 입학 3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대상까지 받자 주변에서 다들 놀랐다. 게다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정부에서 지정한 소프트웨어 분야 첫 마이스터고로 올해 3월 출범했다. 작년과 재작년 대상은 각각 서울 선덕고와 대구화원고 등 일반고에서 나왔다. 박 군은 “수업에서 컴퓨터 구조론을 배운 게 큰 보탬이 됐다”며 “친구들과 협력하며 과제를 수행하는 ‘실무형 학습법’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입학 후 만난 옆 반 친구인 정 군과 의기투합해 공동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둘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하며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목표했던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정 군은 “졸업 후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학생 명함 뒷면에는 “졸업 후 구글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삼성SDS 출신 교장이 협업식 수업 운영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한 반 정원은 20명 안팎이다. 수업시간에는 5, 6명이 한 그룹이 돼 둘러앉는다. 한 그룹을 마치 기업의 한 팀처럼 운영하고 칠판도 그룹별로 하나씩 사용한다. 교사는 다음 날 수업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학생은 예습을 해와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이런 수업 방식은 삼성SDS 임원 출신인 최부영 교장의 아이디어다.
최 교장은 “기업에서는 모든 일을 서로 협력해서 진행하는 반면 학교에서는 혼자 공부하고 혼자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학생들이 협업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호연 부장교사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던 학생들이 영어나 수학, 과학이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한다”며 “이번에 대상을 받은 박 군의 수학 성적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휘 부장교사는 “과학시간에 스마트폰의 구조를 예로 들며 원리를 설명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첫해 신입생 선발 경쟁률은 4.6 대 1로 마이스터고 전체에서 2위를 기록할 만큼 치열했다. 올해는 26일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미래부는 내년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두 번째로 출범시키는 데 이어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