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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행복’ 앗아간 죽음의 88고속도로

입력 | 2015-09-30 03:00:00

중앙분리대 없는 구간서 참변… 차량 화재로 남매 숨지고 9명 다쳐




‘죽음의 고속도로’가 추석 명절에 한 가족의 행복을 앗아 갔다. 정체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던 운전자의 ‘반칙 운전’과 중앙분리대가 없어 맞은편 차로에 무방비로 노출된 도로 구조가 빚은 참사였다.

27일 오전 11시경 경북 고령군 성산면 88고속도로 광주 방면 15km 지점에서 박모 씨(55)의 오피러스 승용차가 차량 정체로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아반떼 차량은 맞은편 차로로 튕겨져 나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뒤 불이 붙었다. 이 사고로 아반떼 운전자 이모 씨(55)의 큰딸(22)과 아들(15)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대구와 전남 담양을 잇는 88고속도로는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편도 1차로 도로가 전체 구간(183km)의 75%에 달해 충돌 사고에 취약하다.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도 많아 베테랑 운전자도 핸들을 잡기 두려운 구간이다. 지난해 한 차로(100km 기준)당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전체 고속도로(1.6명)의 두 배가 넘었다.

부족한 휴게 시설도 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대구 방면으로는 휴게소가 3곳에 불과해 평균 간격이 45km나 됐다.

그나마 올 연말 왕복 4차로 확장 공사가 끝나면 사고 위험은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전 구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휴게소 8곳, 졸음쉼터 4곳 등 평균 25km 마다 휴게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