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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맞으며/박석교]선, 소음 그리고 치안질서

입력 | 2015-09-21 03:00:00


박석교 경북 의성경찰서 경위

선과 소음은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크다고 본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필자에게 선과 소음이라는 단어는 기차로 연상된다.

초등학교 다닐 때 기차를 좋아해 어머니 몰래 인근에서 역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삼촌댁에 열차를 타고 가 하룻밤 자고 온 적이 있는데, 밤새도록 사촌동생과 석탄을 싣고 가는 기차를 보며 차량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길게 늘어진 꼬리의 수를 세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기차를 보면 늘 선이 떠올랐고 육중한 엔진에서 울려 나오는 굉음은 엄청난 소음으로 다가와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야 마는 기차 혐오증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중년이 된 지금의 나는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각종 불법집회 때문에 시위대와 폴리스라인이라는 선을 사이에 두고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을 숱하게 겪고 있고 그 옆에는 동료들이 어김없이 소음 측정을 통해 적법성 여부를 따진다.

선은 질서를 상징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식의 줄, 육군훈련소의 줄, 차량 통행선의 줄, 이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무언가 어색하고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 모든 것이 선과 질서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선이 무너지면 질서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소음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아래 위층 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발생하고 있고 시도 때도 없이 차량에 마이크를 설치해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주변 주민들에게 소음 피해를 주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민주주의 국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선은 미덕의 대상으로서 꼭 지킬 줄 아는 질서의식과 소음 역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선량한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용인되는 집회문화를 정착시켜 대한민국이 선진 일류 국가로 나아갈 때이다.

다음 주말에는 아들과 어린 시절 밤을 지새우며 기차 꼬리를 세던 그 시골역으로 여행을 가야겠다.

박석교 경북 의성경찰서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