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유해 115위 ‘귀향’ “대한해협 넘는데 70년… 편히 쉬소서”, 2시간 진혼제… 19일 서울서 장례식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연을 전하는 김경수 씨(65)의 눈이 젖어들었다. 18일 오전 11시 부산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앞 수미르공원에서 만난 김 씨의 품에는 삼촌 김익중 씨의 유골함이 들려 있었다. 전북 고창군에 살던 삼촌은 1942년 일본군에 의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끌려갔다. 당시 삼촌의 나이는 18세. “삼촌은 일본 건설회사 등에서 일하다 2년 만에 폭격으로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희생된 강제징용 조선인 115명의 유골이 고국에 봉환된 18일 부산 중구 수미르공원에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와 추모제가 열렸다. 수미르공원은 징용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가는 부관연락선을 탔던 곳으로, 이들이 마지막으로 밟았을 고국 땅이다. 부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추진위 한국 측 단체인 사단법인 평화디딤돌 정병호 대표는 “그분들이 끝내 건너지 못했던 바닷길을 이번에 넘어왔다. 양심적인 일본의 종교인, 활동가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추진위 일본 측 대표단체인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대표는 “희생된 분들이 돌아오는 데 70년이나 걸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요즘 일본에선 집단 자위권 법안 때문에 크게 혼란스러운데 이번 봉환을 통해 두 나라가 다시는 전쟁을 겪지 않고 평화의 미래로 함께 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추진위 일행은 인근 수미르공원으로 이동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진혼제를 2시간 열었다. 이곳은 과거 강제 징용 조선인들이 일본행 부관연락선을 탔던 곳이다.
앞서 추진위는 11일 유골이 모인 홋카이도 후카가와(深川) 시의 한 사찰에서 귀향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홋카이도 여러 지역을 거쳐 14일 도쿄(東京)에 도착한 뒤 교토(京都) 히로시마(廣島) 등을 거쳐 부산에 왔다. 당시 조선인들이 끌려갔던 약 3500km의 여정을 거꾸로 밟아온 것이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