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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걷기, 수족관 해녀공연, 힐링 茶한잔… ‘물’ 만난 제주

입력 | 2015-09-18 03:00:00

[창조관광 코리안 루트]코리안 루트 ④ 제주도




제주의 또 다른 말은 ‘관광’이다. 비행기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크루즈선으로도 내·외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되면서 제주 관광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7월 제주 방문객은 107만8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줄었지만 8월에는 131만5000여 명으로 5.8% 늘었다.

동아일보와 채널A, 한국관광공사가 만드는 창조관광 코스인 ‘코리안 루트’는 4회 차로 제주를 소개한다. 코리안 루트는 한국의 지역별 문화와 산업을 살펴보는 새로운 개념의 관광 코스로 지금까지 부산(본보 5월 14일 자), 강원(6월 25일 자), 경기(7월 17일 자) 등 3곳을 다뤘다.

이번에 소개할 제주 관광 코스는 ‘소프트웨어 관광’이다. 최근 제주 관광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등 자연 경관 위주의 관광에서 벗어나 문화, 레포츠, 음식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관광 상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처장은 “‘케이팝’이나 ‘해녀 문화’ 등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 콘텐츠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해녀 공연, 바닷길 걷기… 경쾌한 1일 차 체험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첫날 코스는 동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여정이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성산일출봉 방면에 있는 제주레일바이크(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로)다. 2013년 10월 제주에 처음 생긴 레일바이크로, 바다 풍경을 보도록 한 제주 내 다른 레일바이크와 달리 숲을 배경으로 했다는 게 특징이다. 4km 코스를 페달을 밟고 달리면서 제주 오름, 초원, 목장에서 풀을 뜯어 먹는 말과 소 등 제주의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전체 코스를 다 돌아보는 데는 30∼40분 정도가 걸린다.

성산일출봉 앞에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2012년 7월 들어선 제주 최대 규모(연면적 2만5600m²)의 수족관이다. 이곳에는 다른 수족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주 해녀 공연을 볼 수 있다. 하루 4차례 약 10분간 진행되는 이 공연은 실제 제주 해녀 20명이 2명씩 번갈아 출연한다. 가로 23m, 세로 8.5m 규모의 수족관에 들어가 망사리(자루)에 전복 등을 담고 물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30분 정도 내려오면 ‘시 워킹(Sea Walking)’ 체험 장소가 나타난다. 시 워킹은 지난해 제주에 도입돼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해양 레포츠 중 하나다. 산소 호스가 연결된 30kg짜리 헬멧을 쓰고 수심 3∼5m의 바닷길을 15∼20분 걷는 방식이다. 바다 아래로 내려가는 과정은 다소 무서울 수 있지만 바다 아래로 내려가 바닷길을 걸으면 눈앞에 물고기와 문어들이 왔다 갔다 하는 등 진기한 풍경이 나타나 흥미롭다.

제주 중문단지에 위치한 한국 대중음악 박물관인 ‘플레이케이팝’은 최근 제주 관광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7월 개관한 이곳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KT, 파라다이스그룹 등이 참여했다. 빅뱅, 싸이 등의 가수들이 실제로 공연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홀로그램 공연장’(1층)부터 1960년대 이후 인기 가수들의 음반을 모아 놓은 자료관(2층),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한 체험관(3층) 등으로 꾸며졌다.

○ 다도 체험, 반가운 PC통신… 지적인 2일 차 체험


제주 중문 관광단지에서 출발하는 둘째 날 여정은 지적인 체험 위주로 구성했다. 첫 방문지는 지난해 JDC제주면세점이 설립한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 공간에는 항공기 35대가 전시된 항공역사관, 별자리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을 겨냥한 천문우주관, 우주여행 체험관 등이 들어 있다.

그 다음 코스로 차 한잔 하며 잠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이곳은 아모레퍼시픽이 2013년 문을 연 차 문화 체험 공간 ‘티스톤’이다. 자연 풍경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공간에 앉아 1시간 동안 다도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찻잔에 ‘쪼로록’ 물이 담기는 소리,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신록, ‘티 소믈리에’의 나긋한 설명 등 오감으로 치유받는 느낌을 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중국어 영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국내 IT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들이 나온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인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다음카카오의 제주 본사 건물 ‘스페이스닷원(Space.1)’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인터넷 하는 돌하르방’이나 제주의 오름을 형상화한 ‘인공 오름’ 등의 조형물이 인기가 높다.

스페이스닷원에서 서쪽으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는 온라인게임 회사 넥슨이 세운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컴퓨터·통신·게임 박물관이다. 3층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우스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지하 1층은 1980, 90년대 오락실을 재현한 중장년층 대상의 게임 체험관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있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 보말 칼국수-치즈 등갈비… 제주공항 인근 ‘맛집 클러스터’로 부활 ▼

호텔신라 ‘동네식당 살리기’ 성과

제주공항 인근은 과거에 번화가로 유명했던 옛 시가지다. 그러다 신시가지에 주도권을 뺏겨 활기찼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런 곳이 최근에는 ‘맛 제주(맛있는 제주) 클러스터’로 알려지며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신흥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순대국밥을 판매하는 신성할망식당(제주 제주시 신대로)을 시작으로 보말(제주 고둥)을 넣은 보말칼국수(사진)와 치즈 등갈비를 파는 보말이야기(제주시 중앙로), 불낙볶음으로 유명한 봄솔식당(제주시 가령로) 등 5곳의 음식점이 5∼15분 거리 안에 모여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클러스터 조성을 기획한 것은 호텔신라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죽어 가던 동네 식당을 살리자며 지난해부터 호텔신라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신라 소속 유명 요리사들이 상인들에게 음식 메뉴 정하기부터 요리하는 법, 가게 디자인 바꾸는 법 등을 전수해 새로 가게를 열어 주고 있다.

이 중 보말이야기는 칼칼한 맛을 살린 보말칼국수와 보말해장국 등 제주 향토 음식으로 내외국인들을 끌고 있다. 매실을 넣은 주먹밥, 치즈를 얹은 매운 등갈비 등은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다. 원래 이 가게는 순대국밥, 된장찌개 등 가정식을 파는 곳으로 하루 매출이 3만 원도 안 됐다. 그러다 호텔신라 소속 요리사인 박영준 맛있는 제주 TF팀장(36)의 상담을 받은 후 보말칼국수를 주 요리로 내놓게 됐다. 가게 주인인 박미희 씨(57)는 “그동안 구시가지에 없던 젊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보말칼국수를 먹으려고 찾는다”며 “이들 덕분에 매출이 목표의 2∼3배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측은 제주신라면세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500달러(약 58만 원) 이상 구매 시 ‘맛있는 제주 만들기’로 선정된 모든 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1만 원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코리안 루트 자문단(가나다순)

▽상시자문단 김철원 경희대 교수(호텔관광대),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 전략상품팀장, 이원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한정호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지역자문단 문경호 제주관광공사 마케팅 사업처장, 박영준 호텔신라 맛있는 제주 만들기 TF팀 총괄 요리사,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처장, 한은희 여행작가 겸 한국관광공사 외부 자문위원

제주=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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