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이장 160여명에 선심 논란
4일 오전 8시경 충남 부여군청 앞에서 관광버스에 타려는 이장단을 배웅하는 이용우 군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장단 중 한 명과 악수하고 있다. 부여=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선진행정 벤치마킹’ 예산 세워 이장단 관광 지원
4일 오전 7시 부여군 부여읍 부여군청 앞. ‘부여군 이장단’이라는 전광판 글씨가 적힌 대형 관광버스에 운전사들이 술과 음식을 연신 싣고 있었다. 부여군 실국장, 과장급 공무원들과 군의원들이 배웅 인사를 하기 위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공무원들이 군수가 탄 차가 들어오는 방향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전 7시 58분경 도착한 이용우 군수는 이장들이 타고 있는 1, 2호 버스에 차례로 올라타 4, 5분씩 머물면서 배웅 인사를 했다.
두 차례의 이장단 관광에는 군내 16개 읍면 433명의 이장 가운데 160여 명이 참여했다. 군은 1인당 14만7000여 원을 미리 이장들 계좌로 입금한 뒤 현금으로 찾아오도록 해 경비를 충당했다. 지난해 12월 본예산에 편성해 올봄에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일정이 늦춰졌다.
○ 다녀온 이장들마저 “혈세 흥청망청 써도 되나?”
관광 참가 자격이 주어진 이른바 ‘우수 이장’ 선발 과정에서는 웃지 못할 광경도 벌어졌다. 객관적인 선발 기준이 없어 읍면별로 10명 안팎을 할당했다. 한 이장은 “우리 면에서는 농사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행을 가겠다는 이장이 없어 결국 제비뽑기로 할당량을 채웠다”며 “형편상 가기 어려운데 가게 된 일부 이장들은 ‘재수 없게 걸렸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예산 편성과 집행의 기본을 무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충남도 관계자는 “예산은 미리 목적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소요경비를 파악해야 한다”며 “우수 이장을 선발한다면 그 기준과 범위(인원수)도 미리 산정해 반영했어야 하는데 사후에 제비뽑기로 우수 이장을 선발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여군 측은 “이장은 다 우수하기 때문에 ‘우수 이장’은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부여=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김태영 채널A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