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3>칠레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
《 제5회 박경리문학상의 세 번째 후보는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다. 아옌데는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과 페미니즘을 결합시켜 구사하는 작가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첫 소설 ‘영혼의 집’을 비롯해 그의 작품에는 칠레의 굴곡진 현대사와 그 역사를 온몸으로 부대껴 나가는 여성들의 삶이 담겨 있다. 그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세계 속에서 페미니즘을 주제 의식으로 내세운다. 그의 페미니즘은 급진적, 공격적 성향 대신 용서와 화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설가인 이세기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소개한다. 》
이사벨 아옌데는 ‘영혼의 집’ 등 칠레 근현대사 3부작을 통해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구현한다. 민음사 제공
1984년 독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1996년에는 미국의 비평가상을, 2010년 칠레국립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으로 알려진 루이스 세풀베다와 함께 포스트붐(1950∼70년대를 휩쓴 라틴아메리카 소설군을 가리키는 붐 소설 이후의 소설들로 쉽고 대중적인 작품을 지향한다) 세대의 대표작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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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과 함께 3부작을 잇는 ‘운명의 딸’(1999년)과 ‘세피아빛 초상’(2000년)도 비슷한 구조다. ‘운명의 딸’은 영국인 가정에서 양육된 여성이 캘리포니아로 가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내용이다. ‘세피아빛 초상’은 ‘영혼의 집’에 이어 남성들에 의해 가려지고 숨겨졌던 굴절된 역사를 주인공 이우로라가 새롭게 고쳐 쓰는 이야기다.
이처럼 아옌데 소설의 주인공들은 남성에게 의존하는 연약하고 눈물 많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의 끈질긴 집념으로 남성을 포용하는 페미니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남성들만의 가치로 채워진 권위에 대항해 권리 확장을 주장하는 페미니즘과 달리, 남성우월주의에 대체할 새로운 윤리로서 여성의 일과 역할을 내세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페미니즘의 형상화가 평면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예리한 통찰력과 새로운 관점의 페미니즘”으로 평가했다. 그의 3부작 책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아옌데의 작품에서는 소설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설정이 등장한다. 가난과 부, 정치적 대립과 인종 문제 등 사회의 어두운 면과 현실이 대비된다. 피비린내 나는 칠레 내전의 참상 속에서 수많은 인물의 고난에 찬 삶이 불꽃처럼 명멸한다. 표현기법 역시 과거를 현재에 투영하는 포스트모던적 시간혼용법으로 역사 속 여성의 현실을 현실감 있게 도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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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상황에 맞물린 한 가정의 가족사이자 여성사, 그리고 방대한 대하소설이 지니는 상황 설정과 치밀하고도 유연한 구성, 대담한 로맨스 등 고급문학과 대중문학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독자를 사로잡는 도저한 역량을 지녔다는 점에서 아옌데는 제5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세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