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려 군복 벗는다더니… 곧바로 민간업체 취업
지난해 돌연 암에 걸렸다며 서둘러 자진 전역을 택했던 육군 장성이 실제로는 군내에서 벌어진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감추기 위해 위장 전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사에서 요양하겠다던 해당 장성은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간업체에 취직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육군본부에서 근무하던 A 씨(소장)가 전격적으로 전역을 지원했다. 전역식은 바로 다음 달에 있었다. 한 달 만에 전역 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A 씨는 당시 국방부에서 열린 전역 신고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A 씨의 전역 사유는 폐암이었다”며 “강원도에 있는 어느 절에 가서 요양하기 위해 전역 신고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몸이 아프다는 A 씨는 전역 후 얼마 안 지나 민간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역한 뒤 취직을 할 경우 군인연금 수령액은 연봉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로 줄어든다. 군 당국에 확인해 본 결과 A 씨는 취직에 따라 줄어든 군인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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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서는 A 씨의 진짜 전역 이유가 건강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A 씨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B 중령은 A 씨가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서류를 국방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A 씨의 전역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C 사단장(소장)은 부하 여군과의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감찰 조사를 받은 뒤 전역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A 씨는 감찰 조사를 포함해 어떤 조사나 수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운전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후 본보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