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김 감독의 별명은 ‘폭격기’. 하지만 그가 이끌고 있는 인천은 올 시즌 공격과는 거리가 멀다. ‘짠물 축구’라고 불릴 만큼 수비가 돋보인다. 31일까지 인천의 팀 득점은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9위(28득점)다. 반면 팀 실점은 가장 적다(23실점). 한 경기 평균 0.82점만 내줬다. 선수 시절 김 감독의 성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골을) 적게 넣고 더 적게 먹은’ 덕분에 인천은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상위 스플릿에 포함되는 6위에 올라 있다.
▷시즌 전 인천은 유력한 강등 후보였다.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구단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탓이었다. 김 감독은 “팀에 왔을 때 선수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부담이 컸다. 그래도 클래식 잔류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기본과 인성을 강조하며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폭격’ 대신 ‘방어’에 중점을 뒀다. 공격은 개인 능력에 크게 좌우되지만 수비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몸값 비싼 공격수를 데려올 수 없는 상황에서 수비축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올 시즌 클래식에 데뷔한 감독은 12개 팀 중 절반인 6명이다. 모두 40대인 그들 중 김 감독의 인천이 가장 순위가 높다. 김 감독은 “아직 일정이 많이 남았다. 중위권 팀들끼리의 승점 차가 크지 않아 최종 순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클래식 잔류라는 목표를 상위 스플릿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맞다”며 웃었다. 올해 그의 이름 앞에는 ‘늑대 축구’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늑대처럼 팀과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한다는 의미다. 맘에 드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하죠. 초보 감독한테 그런 별명을 붙여주신 것도 과분하고…. 그런데 바다에 사는 동물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천이 항구도시잖아요.” 고향이 경남 통영인 김 감독, 인천 사람 다 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