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 함께 도입한 LG화학
13일 충남 서산 LG화학 대산공장에서 남상욱 계장이 안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하지만 지난해 6월 LG화학이 정년을 ‘만 58세가 만료된 날’에서 ‘만 60세에 도달한 날의 월말’로 연장하면서 남 계장은 내년 4월 말까지 근무하게 됐다. 약 1년 1개월이 연장된 것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기본급이 지난해의 90%로 줄었지만 직급과 업무는 그대로다. 남 계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업무시간을 쪼개 올해 5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LG화학에는 남 계장을 포함해 직원 138명(6월 말 기준)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2011년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을 만 57세 만료일에서 만 58세 만료일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기본급을 직전 연도의 90%만 받는 조건이다. 지난해 다시 정년을 연장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생산직에 주로 해당되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LG화학은 현장직과 사무직 비율이 비슷하지만 현재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 138명 중 사무직은 14명에 그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사무직 평균 퇴직 연령이 만 52세라는 점, 계약직인 임원은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에 해당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를 2000년대 중후반에 집중적으로 적용한 금융권에서는 임금피크제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만 54, 55세에 정년연장 대신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장을 하던 직원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 민원 접수나 창구에서 고객 응대, 감사 등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업무를 맡게 되니 차라리 퇴직금을 받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단기적으로는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들에 대한 직무 개발이 시급하다”며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단기적 방책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에서 직무, 역량급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