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朴대통령 참관 환영”… 6·25참전부대 제외해 ‘성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첫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인 데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력을 알리는 열병식까지 참관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의 틀에서 약간 벗어나 중국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초 청와대는 전승절 기념식은 참석하되 열병식 참관은 하지 않는 절충안으로 미국과 중국을 모두 달래려 했다. 하지만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지적에 열병식 참석 쪽으로 가닥을 잡고 발표를 최대한 늦췄다.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였다.
중국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끈질기게 열병식 참관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의 참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부대는 열병식에서 제외했고, 북한군의 참여도 배제했다. 중국 정부는 28일 “우리는 박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9·3 기념활동에 참석해 중국 인민들과 이 위대한 날을 축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0일 박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지만 열병식 참석 여부와 상세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고 발표 내용도 짧았다. 6일이 지난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 사실을 밤늦게 발표했다. 시간을 끌면서 순차적으로 짧게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전승절과 열병식 참석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늘 “주변국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는데 스스로 새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질서를 향한 첫걸음이란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조금 섭섭한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우리와 혈맹이 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우리에게도 동맹국은 미국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선택하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