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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셰프 김성규의 푸드카]식사로도 안주로도 짱 ‘문어 스튜’

입력 | 2015-08-25 03:00:00


문어 스튜에 바게트 빵을 곁들여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김성규 셰프 제공

김성규 셰프

폭염을 구실로 주말 장사를 접고 길을 나섰다. 기어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야 말 테다 라는 마음은 절박함에 가까웠다. 그러나 과연 휴가철은 휴가철이다. 뭍에 나온 물고기가 필사적으로 물을 찾듯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불볕을 피해 이렇게 바다로, 바다로 향하나 보다.

‘자, 이 정도 이른 시간이면 한산하겠지’라는 자신감으로 나선 길이었지만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마다 기나긴 차의 행렬이었다. 그 끝없는 행렬에 합류한 자에게 오로지 호젓한 분위기에서만 가능한 우아한 휴가란 시작부터 포기해야 마땅한 사치에 가까운 것일 테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어느 요리사의 말처럼 모처럼의 휴가에 맛집 체험이 빠질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여기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한다면 휴가지의 소문난 맛집이야말로 모처럼의 휴가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휴가지의 아무도 모르는 맛집이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혹시라도 인터넷에서 나처럼 ‘○○의 숨은 맛집’으로 검색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라.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식당들은 장담컨대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당신의 인내심부터 시험할 것이다. 간신히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번호표를 받을 차례다. 두 자릿수 번호에 앞에 1이나 2 정도 있다면 대단한 성공이다. 한참을 기다려 테이블에 앉았다면 직전까지의 인내에 대한 부분은 기억에서 지우는 편이 좋겠다. 이 정도의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거라는 기대감을 혹시라도 가진다면 곧 와장창 부서진다는 데 베팅하겠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난장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휴가철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방법은 과연 없는가,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직접 요리를 하라’는 것이다. 텐트 앞이든 숙소에서든 고기를 구워 먹고 라면을 끓여 먹어도 ‘맛집’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휴가를 떠나기 전에 휴가지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요리하는지 공부해가면 훨씬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지역의 시장을 둘러보고 상인과 가격 흥정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게 분명하다.

내가 시도해 일행으로부터 ‘환상적’이라는 반응을 얻어낸 서양 요리 하나를 소개한다. 냄비 하나와 불만 있으면 되고 조리법도 초보자가 따라하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다. 토마토와 함께 뭉근히 끓여내는 문어 스튜다.

우선 가까운 항구의 활어회센터에 가서 살아 있는 문어 한 마리를 산다. 대형마트에서 숙회 문어를 사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시장에서 살아 있는 문어를 사는 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 더 좋다. 속초 동명항의 시장에서는 1kg짜리가 3만 원이다. 동해 어느 항구의 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1kg짜리면 세 명 정도 먹기에 충분하다.

이제 문어를 끓는 물에 데친다. 끓는 물에 바로 넣는 것보다 물을 적게 넣은 냄비에 문어를 먼저 넣은 뒤 서서히 끓이는 걸 추천한다. 10분 정도면 된다. 이미 삶은 숙회라면 이 과정은 필요 없다.

데친 문어는 꺼내 찬물에 식힌 다음 한 입 크기로 잘라 옆에 치워둔다. 다시 냄비를 씻어 불에 올리고 올리브유를 두른 뒤 다진 마늘, 양파와 고추를 채 썰어 넣고 약한 불에 5분 정도 볶아 준다. 다음 문어와 토마토, 육수(물도 가능), 올리브유를 조금 넣고 약한 불에 30분에서 40분 정도 국물이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면 완성이다. 토마토가 없다면 마트에서 파스타용 토마토소스를 사서 넣어도 된다.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잘게 썬 파슬리나 건조 파슬리를 뿌려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끓이는 시간을 늘릴수록 문어의 식감이 부드러워지니 너무 질기다 싶으면 조금 더 끓이면 된다.

접시에 내고 바게트 빵을 잘라 옆에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양을 늘리려면 파스타 국수를 삶아 섞거나 그냥 라면을 끓여 섞어도 별미일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은 그저 쉽게 오지 않는다. 추억은 만드는 것이다.








※필자(44)는 싱가포르 요리학교 샤텍 유학 뒤 그곳 리츠칼턴호텔에서 일했다. 그전 14년간 동아일보 기자였다. 경기 남양주에서 푸드카 ‘쏠트앤페퍼’를 운영 중이다.




김성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