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1>인도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
《 국내외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이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이 상은 보편적 인간애를 구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와 원주시,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다. 상금은 1억 원. 초대 수상자는 ‘광장’의 작가 최인훈, 제2회 수상자는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제3회 수상자는 미국 작가 메릴린 로빈슨, 제4회 수상자는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였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종 후보 5명을 최근 결정했다. 수상자는 9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 가운데 첫 번째로 인도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를 소개한다. 한국외국어대 인도어과 교수인 김우조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그의 작품 세계를 분석했다. 》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인 아미타브 고시는 2000년 발표한 ‘유리 궁전’ 이후 작품 세계가 바뀌었다. 1986년 데뷔 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하던 그는 ‘유리 궁전’ 이후엔 탈식민주의와 정체성 탐구라는 주제를 직설적 서사로 형상화해 왔다. 가디언 홈페이지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된 작품은 소설 ‘유리 궁전’(2000년)이다. 이어 ‘아이비스호 3부작’으로 불리는 ‘양귀비의 바다’(2008년), ‘연기의 강’(2011년), ‘불의 홍수’(2015년)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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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소설 ‘그림자 선’(1988년)에서는 기억과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인간들 사이에 엮여진 보이지 않는 선(線)을 조명한다.
고시의 문학 세계가 전환을 맞는 것은 ‘유리 궁전’에서부터다. 작가는 ‘유리 궁전’과 ‘아이비스호 3부작’에서 직설적인 서사체를 사용하면서 철저한 현지 조사와 고증을 바탕으로 탈식민주의와 자유주의의 세계관을 선보인다. 고시는 이들 작품에서 근현대의 역사적 격랑에 휘말린 개인의 운명과 욕망과 삶을, 인종과 대륙과 세대를 아우르면서 생생하게 그려낸다.
‘유리 궁전’은 1885년 영국의 미얀마 점령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인도 고아 출신 라즈쿠마르를 중심으로 3세대에 걸친 가족사를 인도와 미얀마, 말레이 반도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으로 확대해 다룬다. 영국 제국주의의 침탈, 인도와 미얀마 간 증오와 배척을 낳은 식민지 상황, 제1, 2차 세계대전, 독립운동과 독립 이후 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미얀마의 상황과 인도 현대사가 펼쳐진다. 주인공 라즈쿠마르와 그가 사랑하는 미얀마 왕국의 궁녀 돌리 등의 삶을 통해 힘겨운 역사를 살아온 개인의 열망과 좌절을 표현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이 겪은 제국주의의 폐해를 들추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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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 후보로 두 차례 올랐다. 인도 출신 작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이기도 하다.
고시 작품의 특징은 철저한 현지 조사와 치밀한 고증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 전공자답게 ‘양귀비의 바다’의 무대인 19세기 벵골 만 일대에 관한 역사,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19세기 보즈푸리 어(인도 방언 중 하나), 당시 항해 관련 용어 등을 작품 속에 상세히 녹여냈다. 그는 바늘로 우물을 파는 철저한 작가정신을 가지고 1000년을 버틸 집을 지으려고 한 장 한 장씩 벽돌을 쌓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 김우조 심사위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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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성-신화와 현실’(공저), 인도 힌디어로 쓴 ‘인도 낭만주의 시에 나타난 민족의식’ 등이 있다. 한국인도학회장, 한국외국어대 남아시아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인도 정부가 힌디어를 연구하는 외국인 학자에게 수여하는 ‘조지 그리어슨 상’을 수상했다.
김우조 한국외국어대 인도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