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고척돔의 매끈한 외관. 그러나 그 속은 복잡하다.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 건설한 고척돔의 유일한 실사용자 후보인 넥센의 입장에는 아랑곳없이 완공 이후의 운영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대관료만 80억대…운영권 없으면 빚잔치
국내 최초의 돔구장 고척돔 입성을 놓고 넥센과 서울시의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서울시가 MOU(양해각서) 체결을 서두르고 있지만, 넥센은 서울시의 고압적 자세가 못내 아쉽다.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관계는 오간데 없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 ‘생사’가 달린 고척돔 입성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 광고권, 협상 대상 아니다!
서울시가 잠실구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해 100억원이 조금 넘는다. 광고대행사를 통해 장내 배너 광고 수익을 전부 챙긴다. 반면 잠실 두 가족 LG와 두산의 광고수익은 제로(0원)다. 두 구단이 수익을 전혀 챙기지 못하는데도 서울시는 잠실구장 광고를 하고 있는 두산과 LG의 탄탄한 모기업 덕분에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넥센은 자립기반이 취약하다. 모기업도 없다. ‘네이밍 스폰서(넥센타이어)’를 포함한 크고 작은 스폰서가 있을 뿐이다. 서울 강남권을 연고로 삼는 잠실구장과 달리 고척돔이 위치한 서남권의 경제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티켓파워가 약한 만큼 광고단가도 낮아질 수 있다. 수년째 이어진 경제 불황도 부담스럽다. 또 2년짜리 제한적 광고권은 정치 논리에 따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넥센 관계자는 “장내 광고는 전체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운영권이 핵심!
넥센은 목동구장에서 일일대관료를 내며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예산을 꾸릴 수 있었다. 그러나 80억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고척돔 입성은 빚잔치가 될 게 뻔하다. 지금도 40억원에서 최대 7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광고권만으로도 구단운영 자체에 한계가 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