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시즌 전 우승 후보로 예상됐지만, 현재 5위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 시즌 계획은 철저히 무너졌고, 김용희 감독의 ‘시스템야구’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김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시즌 초 우승후보서 힘겨운 5위 싸움 왜?
잘 나가던 초반 페이스 늦춰 위기 자초
투수 관리·포수 운용 실패 부른 시스템
김용희 감독 승부처 약점·‘팀 컬러’ 실종
SK에 대해선 소위 야구전문가들이 거의 다 틀렸다. 삼성을 견제할 강력한 우승 후보란 예상이 무색하게 KIA, 한화와 5위 자리를 놓고 목을 매고 있다. 시즌 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참담한 상황이다. 전문가 예측과 통계분석을 무용지물로 만든 SK의 실패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시즌 플랜의 실패
● 모호한 시스템 야구
김용희 감독이 강조한 ‘시스템 야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저 투수의 투구수 관리를 중시한다는 개념으로 다가온다. ‘혹사를 방지한다’는 대의는 숭고했으나, 투수들은 결과적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여름 들어 등판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성적이 나빠지는 정우람이 대표적이다. 시즌 전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정상호 주전포수 카드도 처참하게 실패해 이재원 의존이 커지고 있다. 박정권, 최정, 앤드류 브라운 등 주력타자들이 모두 기대에 못 미쳤는데, 문제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쓰는 선수만 쓰는 용인술에 얽매여 있다. SK의 엔트리를 보면 도대체 왜 이 선수가 1군에 있는지, 필연성이 희미한 이름들이 곧잘 눈에 띈다.
● 도대체 무슨 야구를 하고 싶은 것인가?
김용희 감독은 좋은 팀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신을 지닌 지도자다. 문제는 지금 당장 성적이 없으면 후임 감독의 부담감은 더 커지고 SK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데 있다. ‘내가 신뢰를 베풀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해줄 것’이라는 김 감독의 선한 의도는 지옥문을 열고 있다. 감독이 승부처를 못 짚으며 팀에 유약한 이미지만 쌓이고 있다. 이 궁지를 어떻게 타개할지 김 감독은 명쾌히 말해주지 못한다. 김 감독이 소통을 시늉으로만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들린다. 이러다 SK의 2015시즌은 그 무엇도 남지 않는 시간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