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안화 절하 여파로 금융시장 변수 커져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금, 달러를 비롯해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는 1조1684억 원을 빨아들였다. 같은 기간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를 편입하는 일반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4226억 원)의 약 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국제 금값이 크게 떨어진 데다 안전자산 선호가 겹치면서 금을 찾는 투자자도 급증했다. 시중은행과 귀금속 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골드바는 전달보다 30.4% 늘어난 604kg어치가 팔렸다. 올해 월간 판매량으로 가장 많다. 실버바도 지난달 1100kg이 판매돼 2013년 6월(1150kg) 이후 최대 판매량을 보였다.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연 5∼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헤지펀드에 대한 가입 문의가 최근 늘었다”며 “증시 출렁임에 지친 고객들이 안정성 때문에 헤지펀드를 찾는다”고 전했다.
초저금리에 증시 불안까지 겹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은 단기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다. 이달 초 MMF 설정액은 약 6년 3개월 만에 120조 원을 넘어섰다. 1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MMF로 4조23억 원이 유입됐다. 아예 현금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조 부장은 “최근 보수적 자산가 가운데 현금이나 현금성 예금 보유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외국인투자가들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신황용 KDB대우증권 압구정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연초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곧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호재는 없고 악재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