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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원칙’ 두바퀴의 자전거 대국

입력 | 2015-08-14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4>日 정부주도 ‘라이딩 문화’ 조성




지난해 여름 기자는 36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국도를 달려 일본 열도를 종주했다. 제일 걱정됐던 것은 지나가는 승용차들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수시로 경적을 울려대지는 않을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행기간 내내 경적 소리를 들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같이 출발했던 한국인 동행자는 “한국에선 하루에 열 번도 넘게 경적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터널에서는 대형 트럭이 아예 속도까지 낮추고 우리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일본은 ‘자전거 대국’이라는 명성과는 다르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부족하다. 자전거는 보통 보행도로나 차도로 다녀야 한다. 오히려 일본인들은 한국의 4대강 자전거 길을 얘기하면 부러워한다. 그러나 자전거 문화만큼은 확실히 일본이 앞선다고 여겨진다. 라이더들은 전조등과 반사판을 갖추고 교통신호를 준수하고 보행도로에서는 보행자 우선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덕분에 도쿄(東京) 같은 대도시에서도 안전하고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바람직한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한 계도에도 열심이다. 일본 경시청은 6월부터 △신호 무시 △도로 역주행 △음주 라이딩 등 14개 유형을 ‘위험 행위’로 규정하고 2회 이상 단속되면 안전 교육을 받게 했다.

라이더들에 대한 처벌도 엄격하다. 보행자를 치었을 경우 책임을 엄하게 묻는다. 2년 전 남자 초등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행자를 치어 의식불명으로 만들었던 사건에서 법원은 초등학생 보호자에게 9500만 엔(약 9억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일본의 자전거 사고는 2010년 15만5000건에서 2014년 11만2000건으로 줄었다. 미국에서 출간된 책 ‘도시 사이클링’에 따르면 도쿄의 자전거 이용률은 뉴욕, 런던, 파리 등과 비교해 10배 정도 높지만 사고율은 4분의 1∼15분의 1 수준이다. 안전한 자전거 문화는 라이더와 보행자, 차량 운전자들의 서로를 향한 배려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배려의 시민정신이야말로 국격을 높이는 제일 큰 자산이 아닐까.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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