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골든걸/이지현의 갤러리 산책]베일에 싸인 유모의 비밀이 밝혀지다

입력 | 2015-08-13 03:00:00

■Culture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비비안 마이어가 꽃과 가방을 든 여인을 찍은 사진(1975)ⓒ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마이어는 뉴욕과 시카고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의 표정과 옷차림, 액세서리를 놓치지 않았다. 스커트와 잘 어우러진 꽃과 가방을 선택한 이 여성은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을까?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1975)ⓒGarry Winogrand‘거리 사진의 대부’로 불리는 위노그랜드의 작품답게 사라지는 순간 속 여성의 아름다운 웃음을 포착했다.

직업은 내니(nanny), 즉 유모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로 나가 30만 장의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 생전에 사진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아 알려진 바도 없었던 인물이다. 마이어는 베일에 싸인 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수많은 필름은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존 말루프가 임대비용이 연체된 이 창고를 사들이면서 마이어의 사진들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이어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그저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 풍경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통찰이었다.

비비안 마이어 ‘자화상’(1955)ⓒ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당대 여성들과 달리 남자 셔츠를 주로 입었던 마이어가 카메라와 거울을 통해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한 ‘셀카’다. 마주 걸린 두 거울 속 무표정한 얼굴에서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풍긴다.

모델은 주로 아이와 여성, 그리고 자신이다.

거울 속 나, 쇼윈도에 비친 나, 그림자 속 나, 실루엣만 보이는 나…, 이렇게 자신을 많이 찍어서 그는 ‘셀피(self-photography)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큰 키에 단발머리, 남자 셔츠, 무표정한 얼굴의 자화상은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듯하다. 흑백사진 뿐 아니라 컬러사진도 독특하고 자유로우며 유머가 넘친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이 담겨 있어 사진 속 이야기에 금세 몰입하게 된다.

비비안 마이어가 거리에서 찍은 아이들ⓒ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평생 독신으로 살며 남의 집에서 아이를 돌봤던 비비안 마이어는 거리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자주 담았다.

성곡 미술관에서는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 전과 함께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4)의 ‘여성은 아름답다’ 전도 열리고 있다. 위노그랜드는 마이어와 동시대를 살았던 남성 사진작가로, 거리에서 마주친 개성 넘치는 여성을 담아 스트리트 사진을 예술 사진으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마이어와 위노그랜드는 여성과 남성, 무명의 아마추어와 엘리트 출신의 성공한 사진작가로,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감동의 크기와 차이는 관람자의 자유다. 9월20일까지. 관람료 1만 원. 문의 02-737-7650(성곡미술관)

글/이지현(문화 칼럼니스트)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