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발목 부상 유희관 빨리 휴식 못줘 자책
홍성흔 팀 사정상 맘 쓰라린 2군행 통보
두산 김태형 감독(48)은 초보 사령탑임에도 지난해 6위였던 팀을 올 시즌 가을야구 안정권으로 이끌고 있다. 반드시 우승이어야만 만족하는 두산을 이끄는지라 부담이 클 법한데도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시행착오 없이 순항하는 것도 돋보인다.
그러나 1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처음 겪는 감독직의 심적 어려움을 내비쳤다. 두산 투타의 상징적 존재이자 현재 1군에 없는 유희관(29)과 홍성흔(39)을 말할 때 그랬다.
올 시즌 15승(3패)을 기록 중인 유희관은 왼 발목 부상으로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9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5승째를 따낸 직후라 더욱 의외였다. 큰 부상은 아니라 10일 후 복귀가 가능하지만, 김 감독은 더 빨리 휴식을 못 준 것을 오히려 자책했다. 김 감독은 “희관이가 편하게 던지는 것 같아도 그 나름은 전력투구였을 것이다. 미리부터 조절을 못 해줬다. 감독이 되니 (선수들을) 전날 지면 오늘 이겨야 하니 나가라 하고, 전날 이겨도 연승을 타야 하니 나가라 한다. 아직 그런 점이 모자라다”고 고백했다.
말은 어쩔 수 없이 직설적으로 했지만, 김 감독은 아픈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현역을 뛸 때, 유일하게 같이 뛴 선수가 성흔이다. 내가 와서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잘 안다. 그러나 팀을 위해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이어 “나는 성흔이를 쓸 거다. 성흔이를 은퇴시키려 했다면 지금 1군 따라다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가면 필요한 선수라 2군에서 뛰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