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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실직고 해야 망신 안당해요

입력 | 2015-08-11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1>美 등 입국때 거짓신고




“입국신고서에 ‘1만 달러(약 1170만 원) 넘는 현금이 없다’고 표시했는데 정말 없습니까?”(미국 뉴욕 JKF공항 세관원) “예. 없습니다….”(한국인 S 씨) “수색해서 1만 달러 넘는 돈이 발견되면 전액 압류합니다.” “….”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정말 현금이 ‘1만 달러 이하’입니까.” “저…사실은요….”

개인사업을 하는 60대 S 씨는 지난해 미국에 사는 딸에게 주려고 2만 달러 넘는 돈을 입국심사 때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이런 창피를 당했다. S 씨는 “세관원으로부터 ‘왜 거짓말을 했느냐. 있는 그대로 신고하면 10만 달러건, 100만 달러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라’고 훈계를 받고 공항을 나왔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S 씨뿐만 아니다. 미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세관원에게 끝까지 거짓말을 하다가 현금 압수뿐만 아니라 공무 방해 혐의로 벌금까지 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 재미동포는 “미국 사회는 ‘일단 믿되, 거짓말이 적발되면 두고두고 엄벌하는 시스템’이다. 규정을 어겼다가 한번 적발되면 다음 출입국 때마다 세관원들의 ‘집중 타깃(검사 대상)’이 된다”고 했다.

국내외 언론이나 여행사 등을 통해 계도가 반복적으로 이뤄져도 거짓 신고 문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한국과 미국 규정이 다르다. 한국은 ‘1인당 1만 달러’이지만, 미국은 함께 입국하는 가족 기준이다. 식구가 4명이고 각각 3000달러만 갖고 있더라도 합계가 1만2000달러이기 때문에 ‘1만 달러 초과’로 신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직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한국인들의 잘못된 정서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주재원 L 씨는 지인을 통해 2만 달러를 주고 산 중고차를 1만 달러 이하로 낮춰 신고했다가 미 세무 당국으로부터 “신고 가격이 정상가보다 너무 낮은 이유를 증빙서류를 통해 소명하든지, 세금 추가액을 납부하라”는 경고문을 받았다.

9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는 거의 밑바닥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결국 법과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정직이 곧 손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한국식으로 대강대강 했다가 낭패를 보는 한국인들은 서서히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개인적 불이익을 넘어서 ‘한국인은 못 믿겠다’는 국가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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