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롯데 구단주 직무대행 신동빈, 롯데자이언츠까지 접수할까
롯데자이언츠 구단주는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 그러나 지난해까지 실질적인 구단 수장은 신 총괄회장의 장조카인 신동인(69) 구단주 직무대행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척으로 로열패밀리이자 가신, 그리고 충신으로 꼽히는 신 직무대행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다른 프로야구단 역시 그룹 오너 일가나 구단주 등 고위 인사가 스프링캠프를 자주 찾는다. 주요 일정은 선수들에게 격려금 지급과 함께 감독에게 건의해 특별회식을 여는 정도다.
“다시 떠올리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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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직무대행은 감독과 코치 선임에도 깊이 개입해 수차례 잡음이 일었다. 고참 선수 몇 명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들은 적도 있다. 소통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구단 실무진과 감독, 코칭스태프로선 그 과정과 되돌아오는 지시사항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감독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개입이다.
2011~2012시즌을 지휘한 양승호 전 감독 시절엔 간접적으로 선수 기용에 대해 선수단 측에 의견이 전달되기도 했다. 양 감독은 강단 있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년 동안 롯데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신동인 직무대행은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총괄담당 부사장, 롯데쇼핑 대표이사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최고 실세로 불렸다. 그러나 2005년 신동빈(60)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이끌기 시작하며 중심에서 밀려났다. 롯데자이언츠만이 사실상 그의 영역으로 남았는데 지난해 선수들을 폐쇄회로(CC)TV로 불법 감시한 사실이 공개되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후 야구단에서 영향력도 급격히 상실됐다. 그 대신 롯데그룹 정책본부 전무 이창원 대표이사가 구원투수로 투입돼 야구단의 개혁을 주도했다. 사실상 롯데자이언츠가 신동빈 회장의 영역 안으로 확실히 들어간 셈이다.
신동인 직무대행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해임을 시도할 때 바로 곁에서 이를 함께 주도했다.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은 “경영권 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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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야구팬, 최악의 팀
신동빈 회장은 야구를 매우 좋아하고 프로야구단에 대한 애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롯데그룹을 이끌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구단은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의 구단주 직무대행을 맡았다. 롯데자이언츠와는 대외적으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었다. 2007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할 때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지바롯데의 우승 카퍼레이드에 직접 참가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난다면 신동인 직무대행의 영향력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롯데는 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우승을 못 하고 있다. ‘부산에는 세계 최고의 야구팬이 있지만 최악의 팀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단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로열패밀리 간 복잡한 영역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최종적으로 그룹 분할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롯데자이언츠를 누가 손에 넣느냐에 따라 향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롯데제과(30%), 롯데쇼핑(30%), 롯데칠성음료(20%) 등 야구단 운영에 필요한 지원금을 내는 회사들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될 때 LG는 야구단을, GS는 축구단을 가져간 사례가 있다.
롯데자이언츠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만약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다면 그동안 활발하지 못했던 지바롯데와 교류 등으로 롯데자이언츠는 전력 면에서 큰 상승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을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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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5년 8월 12일자 1000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