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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난 사람]“모기 퇴치위해… 30년간 피 빨리는 연구”

입력 | 2015-08-08 03:00:00

‘모기 박사’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가 모기 상태를 살피기 위해 사육함에 손을 넣고 있다. 이 교수는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대상인 실험용 쥐가 부족할 때는 팔뚝을 넣어 흡혈하게 했다”며 “올여름에도 최소 3만 마리의 모기를 잡아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규 교수 제공

“동규야, 왜 우리 집만 모기가 들끓는 거냐.”

2002년 5월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강원 원주의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 놀러갔다. 푸른 언덕 위에 예쁘게 지은 하얀색 건물이었다. ‘시골에 가서 여유롭게 카페나 하며 살겠다’고 노래를 불렀던 친구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카페엔 불청객이 날아들었다. 아름다운 선율을 깨뜨리며‘앵∼’ 하고 날아든 모기떼였다. 조용히 차 한잔을 즐기던 손님들은 ‘어머, 여름도 아닌데 웬 모기?’ 하며 이내 자리를 떴다. 동네 다른 가게들은 모기 걱정이 없다는데, 이 카페에만 유독 모기가 들끓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친구와 함께 주변 풀숲, 주방, 창문 틈을 살펴봤지만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 남은 곳은 정화조뿐…. 깊게 심호흡을 하고 정화조 뚜껑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친구의 비명이 쏟아졌다.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허연 모기떼가 쏟아져 나왔다. 수백 마리에 이르는 모기떼를 바라보며 몸을 긁던 친구가 말했다.

“별것 아닌 거 연구하는 줄 알았더니…너 진짜 ‘모기 박사’ 맞구나.”



의대 삼수생, ‘모기 박사’ 되다


이 교수는 1972년 경희대 생물학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곤충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 전공에 정을 붙인 것은 아니다. 라디오, TV 등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데 재주가 있었던 이 교수는 “물건보다 귀중한 ‘사람’을 고치는 기술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의사를 꿈꿔 왔다.

하지만 대입 성적은 마음처럼 잘 나오지 않았다. 요새는 대학에 다니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소위 ‘반수’가 유행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학생이 많지 않았다. 이 교수는 경희대 생물학과에 재학하면서 두 번이나 ‘반수’를 했다. 하지만 의대엔 갈 수 없었다.

“의사의 길은 포기했지만 사람들과 밀접한 ‘곤충’을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인간을 제일 괴롭히는 고약한 놈 ‘모기’에 관심이 많았죠.”

결국 학교에 정을 붙이고 생물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 재학 중에 결혼을 했다. 학과 동기인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우선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에 7급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4개월 만에 사표를 쓰고 나와 버렸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좀이 쑤셨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곳은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 곤충 중에서도 인간에게 병을 옮길 수 있어 보건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모기 바퀴벌레 파리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교수는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실험대 위에서 잠을 자며 연구생 시절을 보냈다. 그는 “모기 연구에 미쳐 집에도 안 들어갔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모기를 포집하기 위해 경북의 한 농촌을 방문한 이동규 교수. 이동규 교수 제공

모기 56종… 종류마다 개성 천차만별

모기라고 다 같은 모기가 아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모기는 56종. 전 세계적으로는 2500여 종. 종류에 따라 서식지, 옮기는 질병, 사람을 무는 방법 등이 다르다.

이 교수는 “모기 때문에 발생하는 환자가 해마다 3억 명 정도고, 이 중 200만 명 정도는 사망한다”며 “인간은 아직 모기를 정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할 범위가 그만큼 방대하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모기로 인한 사망자는 거의 없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모기는 빨간집모기다. 이 모기는 주둥이에 흰색 띠가 있는 게 특징이고 오후 8∼10시 무렵 피를 빨아먹는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 모기의 산란 장소는 ‘물이 있는 곳’이다. 논, 늪 등 물가에도 알을 낳지만 화분 물받이에 고여 있는 물에서도 산란을 한다. 음식물 찌꺼기 등이 남아 영양물질이 풍부한 하수에서도 발견된다. 이 교수가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 정화조에서 발견한 모기떼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숲에서 출현하는 모기는 또 다른 특성을 보인다. 주로 흑색이나 진한 갈색을 띠며 집에서 발견되는 모기보다 대부분 큰 편이다. 배나 다리에 흰색 점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모기들은 절대 눈앞으로 날아와 물지 않는다. 사람을 물 때는 항상 뒤에서 공격하는 엉큼한 녀석들이다. 이 때문에 숲에서는 주로 목덜미 뒤쪽, 팔꿈치, 허벅지 뒤쪽 등이 물린다. 흡혈관이 빨간집모기보다 굵은 편이라 상처도 더 크게 남는 편이다.

“그거 아세요? 모기는 교미 전에 단체춤을 춰요.”

이 교수는 모기의 흡혈 습관과 교미가 깊은 상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는 주로 해가 진 직후에 교미를 한다. 숲에 어둠이 깔리면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던 모기 중 수컷이 떼를 지어 지상 3∼4m 높이에 모인다. 이곳에서 수컷들은 약 2만 Hz 수준의 음파를 내며 날갯짓을 시작한다. 교미를 위해 단체춤을 추는 셈이다. 암컷은 이 소리를 듣고 올라가 수컷과 교미한다. 교미를 끝낸 암컷이 알을 성숙시키기 위해 동물의 피를 찾아 헤맨다. 산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모기 박사가 알려주는 ‘모기 잡는 법’

“모기향, 에어로졸을 이용해서 죽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구멍을 막아야 돼요.”

흔히 모기를 잡기 위해 창문을 닫은 뒤 에어로졸 살충제를 온 방에 뿌린다. 이 교수는 “에어로졸은 모기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직접 분사해 죽이는 용도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모기를 차단하겠다고 온 방에 모기약을 뿌려놓는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말했다. 필요 이상으로 뿌려놓은 모기약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작은 틈새를 막는 게 중요하다. 모기는 2mm의 작은 구멍으로도 집 안에 들어올 수 있다. 방충망을 해놓았는데도 모기가 들어온다면 창틀에 구멍이 없는지, 방충망이 찢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창틀에 생긴 틈은 스펀지나 플라스틱 소재의 보충물을 넣어 막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모기 예방 중에서도 특히 ‘농촌 모기’에 관심이 많았다. 도시와 달리 농촌에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매개 모기가 많이 살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이 교수는 농촌을 돌아다니며 모기를 채집해 연구한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농촌 이장들이 여름이 되면 이 교수를 찾는다. ‘우리 마을에 와서 모기 좀 없애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천적을 활용한 모기 퇴치법’을 알아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1996년 우리나라 쌀 시장에 수입산 쌀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농가들은 ‘유기농 쌀’이라는 마크를 달기 위해 재배 방식을 바꿨다. 농약을 쓰지 않고 벼를 키우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모기 유충이 더 잘 자랄 것인데… 혹시 유기농 쌀 만들다가 농촌이 모기로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는 이런 호기심을 해결할 연구안을 기획해 국가의 보조금을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이 교수의 예상과 반대였다.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재배법을 쓸 때 모기 유충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답은 ‘미꾸라지’에 있었다. 논에 댄 물이 농약 없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꾸라지가 늘어나게 됐는데, 이 미꾸라지가 하루 1100마리 이상 모기 유충을 잡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박쥐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식처럼 알려져 있었지만 미꾸라지를 활용한 모기 퇴치법은 언급된 적이 없었다. 이 교수의 연구 결과는 외국에까지 소개돼 영국 국영방송 BBC 전파를 타고 소개되기도 했다.




모기와 동고동락


‘모기 박사 30년’ 외길을 걸어오며 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기자가 찾아간 7월 중순 방학 기간에도 그는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올여름엔 모기 3만 마리를 포집해 연구해보자”며 기획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었다. 웬만하면 식사도 연구실에서 해결한다.

그가 안내한 실험실에는 직육면체 어항만 한 모기 사육통이 가득했다. 실험실 바닥에는 흰쥐 떼가 살고 있었다. 모기의 수명은 약 2주. 이 기간에 모기는 흡혈활동을 해야 번식을 한다. 흰쥐는 자기 피를 제공하는 흡혈 대상인 셈이다.

“지금이야 실험용 쥐를 구하기 쉬운데, 예전엔 쥐가 부족해서 제 팔뚝을 집어넣은 적도 많았어요.”

모기를 먹여 살리려면 하루 최소 2분간 피를 빨아먹도록 해야 했다. 급한 대로 자기 팔뚝을 사육통에 집어넣고 초시계를 잰다. 같이 연구하는 동료가 ‘3초, 2초, 1초, 끝’이라고 외치는 순간까지 모기에게 피 빨리는 고통을 참아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농촌까지 가서 잡아온 모기가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참았다. 여름 한철이 지나면 최소 100군데 이상 물어뜯긴 피부가 가죽처럼 굳어 버려 흉측한 모습으로 남았다.

그는 연구 욕심을 부리다가 장티푸스에 걸린 적도 있다. 농촌에서 학질모기와 뇌염모기를 채집하던 중 갈증이 극에 달했다. 급히 인근 우물에서 퍼 온 물을 연거푸 다섯 잔이나 마셨다. 그런데 이 물이 장티푸스 원인균인 살모넬라에 오염돼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장티푸스에 걸려 그해 여름 한 달간 고생을 했다.

이렇게 얻은 결과물들이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그가 개발한 ‘미꾸라지를 이용한 모기 유충 퇴치법’은 모기로 고생하는 농촌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줬다. 원인을 모르던 도심 속 모기떼는 ‘정화조관리법’을 통해 상당수 해결됐다. 그는 이렇게 피 빨리는 연구를 통해 30년간 모기 퇴치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산이나 숲에서 주로 나타나는 ‘흰줄숲모기’.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다▼

땀-향수 냄새 강하면 ‘모기밥’ 되기 쉬워





모기도 사람을 가릴까.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의 대답은 ‘예스’다. 모기는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 여럿일 경우 가장 마음에 드는 먹잇감을 주로 공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방에서 잠을 자도 누군가는 모기에 많이 쏘이는 반면 누군가는 멀쩡한 것이다. 이 교수와 함께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의 특성’을 정리해봤다.

①임신부, 어린이


임신부와 어린이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반인에 비해 신체 대사활동이 활발하다는 것. 임신부는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체내 대사활동이 활발해진다. 평소보다 질 분비물의 양도 늘어나고 기초체온도 높아진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 멈춘 어른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한 편인데, 대사량이 많아지면 체온도 올라간다.

모기는 이처럼 기초체온이 높고 신체 분비물이 많은 사람을 선호한다. 따라서 노인보다는 아이가, 일반인보다는 임신부가 모기에 더 잘 물릴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우 체온이 높아지고 질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많은 ‘생리기간’에 모기에 물릴 확률이 높아진다.

②땀 냄새, 향수 냄새가 강한 사람


모기는 젖산 체온 채취 등을 감지해 먹잇감을 선택한다. 운동을 막 끝낸 사람은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최고의 먹잇감’이다. 이 때문에 ‘모기는 땀 냄새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땀 냄새가 아니라도 향수를 과하게 뿌린 사람도 모기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모기는 아무런 냄새가 안 나는 사람보다는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를 내뿜는 사람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철 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것은 모기에게 ‘내 피를 먹어 달라’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③뚱뚱한 사람

모기는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을 선호한다. 표면적이 넓어 피를 빨아먹을 곳이 더 많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모기는 사람보다 황소 같은 ‘몸집이 큰 동물’을 선호한다. 과거 집 안에 소를 키운 가정에서 여름철 모기 피해가 적었던 것엔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영도=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