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이호준 등 베테랑 집합 후 “중심 잡아달라” 당부
넥센과 2연전 승리 이후 고참들 식사초대 격려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흔히 마라톤과 비교된다. 42.195km를 뛰면서 늘 페이스가 일정할 순 없다. 컨디션이 좋아 질주하는 구간이 있는 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사점(死點)’ 구간도 있다.
페넌트레이스도 늘 평탄할 수 없다. 좋은 날이 있으면 나쁜 날도 있다. NC도 그랬다.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5월 20승1무5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후반기가 시작된 7월 마지막 주를 5연패로 장식했다. 하루아침에 순위표가 바뀌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연패는 치명적이었다. 결국 순위가 4위까지 떨어졌고, 5위와의 격차도 좁혀졌다.
이들뿐 아니다. 연패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NC 김경문 감독의 호통이 있었다. 김 감독은 팀이 5연패한 후 지석훈(31)을 기준으로 그 위의 고참들을 좁은 호텔방으로 불러 모았고, 무섭게 꾸짖었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선수들을 야단치지 않는다. 대개 코치들에게 일임하거나, 안일한 플레이나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선수가 있으면 경기 초반임에도 벤치에 앉히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꾸짖는 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 선수 개인을 따로 불러서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 감독은 이호준을 비롯해 이종욱, 손시헌 등 고참들을 한꺼번에 좁은 방에 집합시켰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에서 고참들만 부른 이유가 따로 있다. 김 감독의 원칙 중 하나가 ‘고참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팀의 중심이 선다’이기 때문이다. “단지 베테랑이어서 대우해주는 게 아니다. 고참들이 그만큼 열심히 훈련하고, 팀을 위해 희생해주기 때문”이라며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팀이 어려울 때 (슬럼프를)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한 적도 있다.
김 감독의 호통 후 다음날 NC는 승리했다. 주장 이종욱이 앞장서 결승타를 때려준 덕분이었다. 이종욱은 “마음을 달리 먹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베테랑이 다시 중심을 잡자 팀도 정상궤도를 찾았다. 김 감독은 넥센과의 2경기를 모두 이긴 뒤 호텔방에 불렀던 고참들을 데리고 따로 식사를 했다. 그렇게 고참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달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