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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김태호 불출마의 정치적 계산

입력 | 2015-08-04 03:00:00


2010년 6·2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1월 6일. 김태호 경남지사는 이명박 대통령(MB)과 독대한 자리에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도지사를 두 번 했더니 머리가 텅 비어서 공부 좀 해야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로부터 7개월 뒤 8·8개각에서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깜짝 발탁됐다. 차기 대선 주자까지 염두에 둔 MB식 세대교체 실험이라는 관측을 낳았던 김태호 카드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국무총리 낙마로 입은 상처가 컸지만 김태호는 이듬해 4·27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재기한 뒤 2012년 총선까지 연승해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해 7·14전당대회에선 최고위원에 올랐다. 그러던 그가 돌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사퇴가 정치권에 충격을 줘 후진 양성을 위해 과감히 용퇴하는 의원들이 늘어난다면 좋겠지만 워낙 돈키호테식 돌출행동이 잦았던 터라 파장이 큰 것 같지 않다.

▷그는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밴 스타의식과 조급증으로 몸과 마음이 시들었다”며 “초심은 사라지고 내 말만 하려 하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생각의 깊이는 얕아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정계 은퇴는 아니다”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과 깊이를 갖췄다고 생각될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큰 꿈’을 염두에 두고 3선 지사 불출마를 결심했던 때가 연상된다. 지역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 낙선 부담을 피하고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 돌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다. 최근에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 눈총을 샀다. 본래 비박(비박근혜)이지만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친박(친박근혜)의 양자로 차기를 도모하려다 나오는 ‘오버 액션’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의 불출마 선언이 체급을 키워 ‘돌아온 장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