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외식이 많아졌다고 해도 가족끼리 밖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토요일이긴 했지만,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정 지역의 특색일 수도 있겠지만 꽤나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오래전 대만에 출장 갔을 때가 생각났다. 아침 일찍 가족끼리 집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대만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중국 사람들도 그렇다고 들었다. 이런 모습이 외국의 풍경이려니 했는데, 그걸 우리나라에서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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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머니와 부인들은 가족과 남편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상을 차린다. 전에 비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이런 생각은 여전히 강하다. 다른 가사노동도 마찬가지다. 가사노동을 주로 여성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가사노동 의존도가 높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맞벌이 여성의 부담은 더욱 크다. 이는 육아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평균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 201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였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출산율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저출산 대책 가운데 하나는 육아휴직의 활성화다. 특히 남자들의 육아휴직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육아휴직’이라는 용어를 ‘부모육아휴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리기 위한 취지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얻으면 그냥 육아휴직이라고 한다. 반면 남성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얻으면 남성 육아휴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용어에는 ‘육아휴직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활성화는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이나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는데 가사노동의 주체가 여전히 여성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밥 짓는 것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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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정책사회부장 kplee@donga.com